까치의 왕국
집에서 내려 오면 바로 길 건너에 서울고등학교가 있는데,
얼마 전까지는 벚꽃, 목련 등이 화려한 봄꽃 잔치를 벌리더니.
이제는 길가까지 풍겨오는 보라빛과 하얀 라일락의 진한 향기...
그런데 며칠 전 밖으로 나가다가 길 건너편에서 우연히 보게 된 까치들의 집짓기...
아무래도 숫놈일 것 같은 한 놈이 나뭇가지를 물어다 놓으면,
한 놈은 그 가지들을 집안으로 물고 들어가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집을 튼튼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어쩌다 밑으로 떨어지는 나뭇가지도 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건 실수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별로 쓸모가 없어서 버리느라고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암수 한 쌍이 2조1조<二鳥一組>가 되어 저 가냘퍼 보이는 부리 하나로
차곡 차곡 눌러 쌓는 저 엉성해 뵈는 집들이
강력한 태풍에 나무는 쓰러져도 저 집들은 멀쩡하게 살아 남는 저 신비...
요 넘은 나뭇가지를 물고오는 숫놈...
요 넘도 같은 숫놈...
요 넘은 나뭇가지를 물고 들어가 집안을 치장하는 암놈...
요 넘도 같은 암놈...
요 넘도 암놈...
며칠 후... 이제 대충 작업이 끝났는지, 아니면 농땡이를 부리는 건지,
숫놈으로 보이는 놈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높이 앉아만 있더군요.
그러다 보니 나도 저 넘따라 농땡이를 치느라 그랬는지, 핀트도 잘 안 맞고...
정말로 심통이 나서 저러고 있는 건지...
아니면 사랑을 마치고 나서??? ㅎㅎㅎ
그런데 어제는 서울고 담장 안쪽의 라일락을 보러 들어 갔더니,
이제는 애기 침대를 만들려는지 뭔가 부드러운 것들을 물고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암놈이겠죠?
어쩌면 알 낳을 준비에 들어간 것 같은 게...
그럼, 지금은 임신중???
어쨌든둥 새끼들 잘 낳고, 잘 길러라 잉!!!
이젠 길조<吉鳥>나 익조<益鳥>가 아닌 해조<害鳥>로 취급받는 마당이긴 하지만...
요건 어제 여의도에 갔다가, 국회의장 공관 앞의 나무에 있는
3층짜리 까치집 아파트...
맨 위는 까치나라 국회의장 저택이고, 가운데는 보좌관 댁,
그리고 맨 아래는 운전기사 집... ㅎㅎㅎ
요건 농장 아래 화훼농가 옆에 지은 까치집인데,
무슨 막대기같은 게 길게 받쳐져 있어서, 사람이 그랬나 했더니...
죽은 나무 막대기가 아니라...
요렇게 뱀차럼 칭칭 감고 올라간 나무였습니다.
3미터도 채 안 되는 별로 높지 않은 곳에 집이 있어 이상하다 했더니.
아무래도 이 받침대가 맘에 들어 집을 지은 것 같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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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지금도 사실이라고 믿어지는 어리석은 이야기 한 가지...
오래 전에 어느 분한테서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까치집을 떼어 내다 냇물에 풀어 놓으면,
나뭇가지라 당연히 흘러가는 물에 다 떠내려 가는데...>>
<<그 중 한 가지<枝>는 물살을 거슬러 위로 올라 간다고...
그래서 이 걸 가져다 부적으로 쓰면, 효과가 아주 높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이 나이가 된 지금도 사실일 거라 믿는...
좋게 말하면, 동심의 세계에 산다고 할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