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노력의 대가로 얻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소소함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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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새(鳥) 할아버지의 눈물

정부혜 2007. 10. 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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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鳥) 할아버지의 눈물

일가친척 하나없는 할아버지가 있었네.
길가에 버려진 아이 줏어다가 딸 삼고
십자매 길들여 새점(占)쳐서
호구지책 했었네.
비오는 날은 공치고
개인 날은 탑골공원 앞에서
운수적은 종이 물어오게하는 십자매 한마리
살림밑천이자 자식이라
정성껏 먹이주고 보살펴주었네.
글자 모르는 할아버지가 내게
요즘 인기있는 말좀 써달라고 해서
청춘남녀에게는 천생배필이라고
실업자에게는 직장운이 올해 있다고
좋은 말만 골라서 써 주었네.

그날 저녁 손님 많이 받았다고
담배 몇갑 내 주머니에 넣어주었네.

그런데 며칠후 식구이자 자식인 십자매가
어느 난폭운전자의 차바퀴에 깔려죽었네.
할아버지는 울었네.
운전자는 그까짓 십자매 한마리 천원이면 사는데
여기 만원있소 하면서 인심 쓰듯 던져주길래
내가 그 젊은 녀석에게 말했네.

자네는 새값을 생각하지만
이 할아버지는 생명이었네.
자네는 자식이 죽어도 만원만 받으면
원상태로 돌아오겠나?
일년동안 훈련시켜 낯익혀서
현장에 내보내 돈벌이를 하던 십자매가
천원짜리로 보이나?

할아버지는 무식해서 법은 모르나
알아도 고소하거나 정신적인 위자료 어쩌구
영악한 말로 피곤하게 하지는 않지만
그대가 진실로 사과하는 방법이
할아버지의 상한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네.

그렇다네.
사람은 저마다 희망이 있네.
희망이란 물질과는 연관이 없는 것들이 많이 있네.
희망이란 가치관과 같은 것이라네.

재벌에게는 기업확장이 희망이지만
교수에게는 연구논문 쓰기 위해 헌책방에서
얻은 낡은 책 한권이
거기에 희망이 묻어있고

시인에게는 영육이 아파 우는 사람들의
신음 소리를 그치게 만드는 한줄의 어휘가
소설가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절망을 넘어 희망의 오아시스같은 소설을
생전에 한권이라도 내는 것이,
영화감독은 한편의 좋은 영상을
그리고 우리같은 사람은
좋은 대화 나누면서 세상 살 사람
한두명 갖는 것이 희망이라네

울고 있는 새 할아버지에게 내가 위로해주었네.
내 친구가 동물원장인데 거기가면

퇴출된 앵무새 한두마리 싼값에 사서
점값 두배로 받으면 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정말이냐고 내 손을 잡았네.

차바퀴에 깔린 십자매를 손수건에 잘 싸서
그날 저녁 장례를 치뤄주었네.
짝 잃은 한마리 채워놓아야지
내일은 교수님 나하고 십자매 사러 가죠.
할아버지는 내가 교수가 아니라고 해도
열심히 교수라고 불렀네.
학교만 다니면 교순가, 생각이 익어야 교수지.

20여년이 지났지만 할아버지의 그 선한 눈
그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선량하게 살아온 우리들의 가난한 눈물이었네.

 

 김 광한 글

출처 : 새(鳥) 할아버지의 눈물
글쓴이 : 에버그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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