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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 갱신·적성검사 75세 이상 운전자 교통안전교육 이수 의무

정부혜 2019. 3. 10. 17:29

면허 갱신·적성검사 75세 이상 운전자 교통안전교육 이수 의무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올 1월부터 운전면허 갱신·적성검사를 받는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교통안전교육 이수가 의무로 규정되면서 전국 면허시험장이 참가자들로 북적인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27곳 면허시험장에서 갱신·적성 대상 75세 이상 고령운전자 총 1만1509명이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했다. 일선 시험장에서는 내달 초까지 예약이 끝나 중순은 되어야 교육받을 수 있을 만큼 반응이 뜨겁다.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은 개인 인지능력을 진단하고 최근 교통사고사례, 개정된 도로교통법, 사고예방법을 익힘으로써 교통안전의식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편한 일정에 맞춰 예약한 뒤, 운전면허증이나 본인 신분증을 지참해 면허시험장을 찾으면 된다.
              8일 오전 서울 강서운전면허시험장 고령운전자 안전교육실에서 진행된 교통안전교육.
◆터치스크린으로 과제 해결…의지 불태운 참가자들
 
지난 8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일정으로 서울 강서운전면허시험장 고령운전자 안전교육실에서 진행된 교통안전교육에는 75세 이상 고령운전자 총 21명이 참석했다. 교육은 책상 위 터치스크린에 나타나는 과제를 순서대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기초인지능력 진단의 뼈대가 되는 선 잇기(숫자, 숫자·요일·계절 혼합)와 시곗바늘 분석검사에 이어 △교통표지판 변별검사 △방향표지판 기억검사 △횡방향 동체추적검사 △공간기억검사 그리고 주의탐색검사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검사를 통과한 참가자는 잠시 쉬었다가 도로교통법 교육을 받는다.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인 만큼 기초인지능력 평가 문항은 재활과 노인복지 분야 전문가 참여하에 제작됐다고 공단의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 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참가자는 간이 치매 검사를 받아야 하며, 수시 적성검사 대상으로 편입해 정밀진단을 거쳐 운전면허 갱신 여부를 판단한다. 이날 8명이 첫 단계를 통과하지 못해 별도 장소에서 추가 검사를 받았다.
 
          방향표지판 기억검사의 한 장면. 특정 목적지의 방향을 기억하는 게 포인트다.
                   김동환 기자
교통표지판 변별검사는 예시로 나온 두 가지 표지판을 기억한 뒤, 보기에서 같은 모양을 골라내는 방식이다. 이정표 상에서 특정 목적지의 방향을 기억했다 맞히는 ‘방향표지판 기억검사’, 빠르게 지나가는 차량의 번호판을 기억하는 ‘횡방향 동체추적검사’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미로를 탈출하듯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찾는 공간기억검사와 보기에서 다른 그림 하나를 고르는 주의탐색검사가 이어지면서 참가자들 의지도 불타올랐다.
 
문제를 풀어본 기자는 2등급을 받았다. 교통표지판 변별과 주의탐색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방향표지판 기억과 횡방향 동체추적 부문에서 3문제씩 틀렸다. 공간기억검사에서는 16문제 중 11문제를 맞혀 헛웃음이 나왔다. 잠시 집중력이 약해져 틀렸다고 위안했다.
 
앞자리에 앉은 75세 여성은 기자와 같은 2등급을 획득했다. 검사 결과는 1∼5등급으로 나뉘지만, 자기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일 뿐 면허 갱신에 영향은 주지 않는다.
 
◆고령운전자 항변 “나이로 면허반납 어불성설…모두가 ‘시한폭탄’은 아냐”
 
고령운전자 면허자진반납 이슈도 교육장에서 화제였다. 참가자 일부는 “단지 나이를 먹었다고 면허를 내놓으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남성은 “운전능력이 의심되는 고령운전자가 있다면 온종일 지켜보라”며 “어떻게 운전하는지 보고서 면허자진반납을 결정하라”고 주장했다. 면허반납이 생계·이동권과 직결된 탓에 나온 반응으로 보였다.
 
75세 여성 참가자의 검사 결과. 2등급을 받았다. 비결을 묻고자 했지만 이 여성은 인터뷰를 사양했다.
김동환 기자
경기도 김포시에 사는 손모(82)씨는 1종 보통 면허를 갖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중형차를 모두 운전한다고 밝힌 그는 “교육이 어려울까 봐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든 단계를 통과한 손씨는 면허증을 이날 갱신한다고 했다.
 
손씨는 서울과 부산을 어렵지 않게 차로 오간다면서 ‘안전거리 유지’를 평소 주의점으로 꼽았다. 그는 면허 취득 후, 50년이 지나도 흐트러지지 않는 할머니의 운전 실력에 손자가 감탄한다면서 한 번도 사고를 내거나 당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고령운전자 면허자진반납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손씨는 고령운전자를 ‘도로 위 시한폭탄’으로 모는 사회 분위기를 경계했다. 그는 “깜빡이 켜지 않거나 다른 운전자를 위협하는 이들 중에도 젊은 사람이 많다”며 주변 차량과 ‘리듬’을 타는 게 도로주행이라고 정의했다.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에서 14년째 안전교육을 담당한 이영미 교수는 “(의무교육을 통해) 참가자들께서 언제까지 운전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고령운전자와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게 교육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교통안전교육은 고령운전자의 조력자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