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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변속기 오일 교체·점검, 다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정부혜 2019. 8. 17. 08:06

자동 변속기 – 점점 드러나는 자동차의 약한 고리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지난주 초에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37도를 기록한 수도권을 벗어나 30도 이하의 최고 기온을 보였던 동해안으로 떠났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바로 기본 점검의 중요성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및 컨설턴트라는 직업의 특성 상 국내 장거리 주행 혹은 시승의 기회가 많은 저입니다만 그런 주행은 휴가를 위한 장거리 주행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차량의 상태입니다. 시승이나 시험용으로 사용되는 차량은 대부분 한 살 미만, 누적 주행 거리 1만 km 이하의 새차입니다. 또한 차량도 좋은 시승평이나 시험 데이터를 얻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비교적 잘 관리된 상태입니다. 이에 비하여 개인이 소유한 차량은 나이나 누적 주행 거리, 관리 상태에서 편차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는 차량의 적재 상태입니다. 시승이나 시험 주행에서는 혼자 또는 두 명 정도가 탑승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휴가 여행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타고 트렁크에는 짐이 한 가득인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는 주행 상황입니다. 시승이나 시험 주행은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는 한 주행 여건이 좋은 곳에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휴가 여행은 뜨거운 날씨에 길이 막히는 곳이라도 가야 합니다. 알면서도 가혹한 조건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는 셈입니다.

간만의 휴가 여행 도중에 차가 말썽을 일으키는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특히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에게는 여간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는 고생만 하고 돈은 날리고 휴가는 완전히 망가지는 겁니다.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지요.

이런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자동차 제작사들은 사용자 설명서에 자세하게 설명을 해 두었습니다. 일일 점검과 주간 점검 등의 일상 점검에 더하여 장거리 여행 전에는 미리 차량의 각 부분을 다시 한 번 점검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환 주기가 다가오는 오일류나 소모품류가 있을 경우에는 장거리 여행 전에 앞당겨 교환할 것을 권장합니다.

저도 타이어의 상태나 마모도, 엔진 오일의 상태와 양, 냉각수의 상태와 양, 각종 램프류의 작동상태, 와이퍼와 워셔액 등을 점검했고, 여분의 퓨즈 및 전구, 점퍼 케이블과 타이어 수리 키트와 컴프레서 등을 모두 챙겼습니다. 특별한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고 수명도 충분히 남아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문제없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자동 변속기입니다. 주행을 하지 못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태백산맥을 넘는 계속되는 오르막길에서 저단으로의 변속이 지연되고 변속시 충격이 발생하곤 했습니다. 아주 기분이 나쁜 상황입니다. 그래서 기어를 수동으로 조작하여 불필요한 변속의 횟수를 최소화하여 변속기를 최대한 아끼면서 주행했습니다.

저희 가족이 사용한 차량은 나이가 여덟 살이나 되었고 주행 거리도 십만 km를 넘긴 나이든 모델입니다. 변속기에 대해 말이 많았던 모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거리 시내 주행시에는 특별한 문제를 못 느꼈었기 때문에 조금 당황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변속기가 점점 자동차의 약한 고리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변속기에 가해지는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엔진 출력은 강해지고 차는 커지고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즉 변속기와 클러치가 엔진의 큰 힘과 무거운 차체의 관성 사이에서 큰 부하를 견디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술적으로도 변속기의 부담을 가중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커다란 토크가 어느 회전수 이상에서 갑자기 발휘되는 터보 엔진도 변속기에는 큰 부담입니다. 변속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이 허용 토크의 크기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점차 늘어나는 4륜 구동 방식도 변속기에는 부담입니다. 급하게 출발할 경우 두 바퀴 굴림 방식이라면 바퀴가 헛돌면서 과도한 출력을 소모시킬 방법이라도 있겠지만 네 바퀴 굴림 방식에서는 접지력이 좋기 때문에 변속기와 클러치가 더 큰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듀얼 클러치는 매우 예민합니다. 일반 자동 변속기의 토크 컨버터처럼 충격을 흡수할 방법도 없고 수동 변속기에 비하면 클러치도 얇고 접촉 면적도 작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하는 일부 SUV 모델에서는 변속기 온도계가 계기반에 표시되는 경우가 있더군요. 이 모델들이 터보 엔진과 4륜 구동까지 조합될 수 있는 경우에는 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겠습니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 이외에도 요즘 10단까지 다단화가 이루어졌지만 작은 크기를 유지하려는 일반 자동 변속기, 더 큰 힘을 견디려는 무단 변속기 모두 여유가 줄어드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요즘 변속기에 대한 정기 점검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사용자 설명서에도 변속기 오일을 점검하라는 이야기가 없는 차량도 많습니다. 오일 교환 주기도 아예 알려주지 않거나 16만km와 같이 매우 긴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는 자동 변속기 점검을 아예 잊어버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옳은 방향인지 모르겠습니다. 점점 변속기가 정교해지는 데에 비하여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면 점검 방법도 좀 더 세심하게 마련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자동차 제작사는 자동 변속기의 점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평소에 주의할 사항에 대하여 좀 더 자세한 안내를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비자들은 자동 변속기가 조금이라도 평소와 다른 느낌을 준다면 주저하지 않고 가능한 개인 점검을 실시하거나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자동 변속기를 수리 – 혹은 재생품과 맞교환 – 한 경험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변속기는 고장이 나면 길바닥에 주저앉는 낭패를 겪게 됩니다. 따라서 약한 고리 변속기의 세심한 관리가 더욱 필요한 오늘날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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