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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할이 40대 여성…돌연사 부르는 폐동맥 고혈압”

정부혜 2019. 10. 29. 10:54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폐동맥 고혈압 명의'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

만성질환인 고혈압은 꾸준한 약물치료와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폐에 고혈압이 생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폐동맥 혈압이 높아진 ‘폐동맥 고혈압’은 평균 생존기간이 3년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다행히 폐동맥 고혈압은 조기진단하면 생존율을 크게 늘릴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를 만나 폐동맥 고혈압에 관해 들었다.

가천대 길병원 정욱진 교수 사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폐동맥 고혈압은 어떤 질병인가요.

-폐고혈압은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들에 이상이 생겨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입니다. 폐동맥은 두께가 얇아 다른 혈관과 달리 압력을 견디는 힘이 약한데요. 좁아진 폐혈관으로 인해 호흡 곤란이나 심부전이 발생하고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폐동맥은 평균 혈압이 15~18mmHg정도지만 25mmHg로 조금만 올라도 폐동맥 고혈압으로 진단합니다.

Q. 폐동맥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는.

폐동맥 60대 이상에서 폐동맥 고혈압 환자가 드문 이유가 높은 사망률 때문입니다. 폐동맥 고혈압은 진단 후 생존 기간이 3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치명적인데요. 환자 절반 정도가 돌연사, 나머지 절반은 우심부전으로 3년 이내에 사망하기 때문에 환자 대부분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겪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폐동맥 고혈압 진단 후 1년 생존율은 76.5%, 3년 생존율은 56.8%로 나타났습니다.

Q. 폐동맥 고혈압 대표 증상이 있다면.

-폐동맥 고혈압의 대표 증상은 호흡 곤란, 만성피로, 하지부종, 어지럼증 등이 있습니다. 특히 계단으로 1층만 올라도 숨이 금방 차거나 운동하지도 않았는데 호흡이 가빠진다면 폐동맥 고혈압을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가족 중 폐동맥 고혈압 환자가 있다면 검사를 받아보는게 좋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정욱진 교수 사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빈혈, 심장질환 등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나므로 오진을 내리기 쉽습니다. 실제로 폐동맥 고혈압을 진단하는 데 약 1.5년이 걸립니다. 폐 기능 검사에서 폐에 문제가 없는데 호흡 곤란과 함께 흉통,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면 폐동맥 고혈압을 한 번쯤은 의심하고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심장 초음파를 통해 혈류 속도와 방향을 측정하면 폐혈관 압력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확진을 위해서는 특수 센서가 달린 와이어를 허벅지 혈관을 통해 폐동맥까지 밀어 넣어 혈압을 재는 심도자술을 해야 합니다.

Q. 폐동맥 고혈압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폐동맥 고혈압은 특히 젊은 40대 후반 여성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환자 80%가 40대 후반 여성입니다. 폐동맥 고혈압은 가족력이 엄청 중요합니다. 유전성이 강하므로 가족력이 있으면 구성원 중 60~80%가 잠재적인 환자입니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Q.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현재 얼마나 되나요.

폐동맥 고혈압환자는 약 4500명~6000명으로 추정되지만, 치료받는 환자는 150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이는 폐동맥 고혈압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고 환자들이 다른 질병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환자수가 적은 만큼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지정돼 있는데요. 이때 다른 희귀질환처럼 여겨져 정책지원이나 제도가 부적합한 경우가 있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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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가 얇은 폐동맥은 ​압력을 견디는 힘이 약해 조금만 혈압이 올라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조기발견이 중요한 이유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조기에 발견하는 만큼 생존율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프랑스, 미국,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기 진단한 환자는 생존율이 약 3배로 증가했습니다. 폐동맥 고혈압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면 1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영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검진센터에서 폐동맥 고혈압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폐동맥 고혈압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는 우리나라에 2005년 처음 들어왔습니다. 그전까지는 치료제가 없어서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계속해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 종류는 10가지가 있습니다.

폐동맥 고혈압의 치료는 기본적으로 폐혈관을 확장시키는 약물을 사용합니다. 여기에 보조적으로 이뇨제나 강심제, 항혈전제 등을 추가합니다. 선천성 심장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갑상선 기능이 나빠서 폐동맥 고혈압이 생기기도 하므로, 발병 원인에 따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호흡기내과, 류마티스내과, 재활의학과 등 진료과와 다학제 협진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 효과가 없을 시 심장에 구멍을 내는 시술을 통해 폐동맥의 압력을 낮출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폐 이식 수술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환자의 불안감과 우울감을 완화하기 위한 정서적 지원도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정욱진 교수 사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폐동맥 고혈압 환자 치료 시 어려움이 있다면.

하지만 약제 선택에 제한이 따른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일단 약가가 상당히 고가(高價)고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급여가 안 되는 치료제가 대부분입니다. 어떤 약은 1년에 주사 약제비가 2~3억 들고 경구용 약제는 1억이 넘기도 합니다.

폐동맥 고혈압은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이므로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합니다. 한 번에 치료할 때 약을 3개를 써야하는데, 국내에서는 급여 제한 등 치료제 선택에 제한이 있어 모든 치료제를 사용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폐동맥 고혈압의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대한폐고혈압연구회에서는 ‘폐,미리(family)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폐동맥 고혈압을 발견했다면 전문의와 함께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40대 이상부터 이유 없이 숨이 차다면 심장초음파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폐동맥 고혈압은 자신이 신경 쓰지 않는다면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폐동맥 고혈압 위험군이거나 가족 중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유전성이 강한 폐동맥 고혈압인 만큼 가족의 상태를 살펴 질병을 미리 발견한다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폐동맥 고혈압은 예전과 달리 의료진과 함께 치료하고 관리하면 생존율을 늘릴 수 있는 만큼 관심이 필요한 질병입니다.

-​ 정욱진 교수는?

가천대 길병원 정욱진 교수 사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연세대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와 의학박사를 마친 후, 가천대의대에서여 의학교육실장, 부학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가천대길병원 진료1부장과 가천심혈관연구소장이다. 또한 현재 대한심장학회 의료정보이사, 동아시아폐고혈학회 사무총장, 대한고혈압학회지 Clinical Hypertension의 편집위원장 및 대한심부전학회 국제이사를 맡고 있다. 심장내과 의사 중에 심부전과 폐동맥고혈압 전문 의사로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과 중국 등 해외에서 심부전과 폐동맥고혈압 관련 강의와 많은 연구 발표를 해왔고, 126편의 논문, 7권의 저서와 5건의 특허가 있다. 정 교수는 교육, 연구와 진료에 모두 열심히 매진하고 있지만, 항상 환자를 가족같이 대하고 진심을 가지고 끝까지 힘쓰자는 초심으로 진료에 임하고 있다. 심부전과 폐동맥고혈압 모두 불치의 병으로 조기 발견과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병들이지만 최선의 치료로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과 행복을 찾는 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말기 진행형 심부전 환자에게 ‘인공심장’이라 불리는 좌심실 보조장치와 심장이식, 폐동맥고혈압 환자에게 강력한 병용 표적치료요법 등을 통해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8/201910280058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