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백신 맞으면 되냐"
인천의 한 요양원에 있는 박모(85) 할머니는 명절이 다가오면서 눈물 흘리는 일이 잦아졌다. 박 할머니는 “코로나19 때문에 안 된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건 알지만, 자식들이 너무 보고 싶다”며 “1년 중 명절이랑 생일만 기다리는데 지난해부터 집에도 못 가고, 자식들이 찾아올 수도 없다”고 했다. 박 할머니는 “백신이 나와서 맞으면 만날 수 있는 거냐”고 되묻기도 했다.
지난해 5월 7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대전보훈요양원 비접촉 안심 면회 창구에서 한 가족이 면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요양원에 입소한 박 할머니는 그해 추석엔 요양원에서 외출해 가족과 명절을 같이 보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퍼지기 전에는 면회나 외출이 자유롭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설과 추석은 요양원에서 지내는 어르신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이었다고 한다.
인천 강화군에 있는 한 요양원의 관계자는 “지난해 전까지는 180여명의 어르신 중 100명 이상이 명절 때가 되면 외출이나 외박을 나갔다”며 “이전엔 설이나 추석이 오기 한 달 전부터 명절을 하루하루 세어가며 기다리는 어르신이 많았지만, 올해는 자녀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아니 오히려 더 속상해하신다”고 요양원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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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도 휴대전화로 화상 면회
일부 요양원은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까지 면회 금지가 이어지면서 어르신과 가족의 비대면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 휴대전화와 태블릿PC를 이용한 영상통화는 기본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요양원은 지난해 3월부터 어르신과 가족들이 영상통화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인천 하나요양원에 있는 할머니를 찾아 온 손녀가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인사를 하고 있다. [하나요양원 제공]
지난해 3월부터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양영애(95) 할머니는 “가끔 하는 화상통화가 그래도 낙이다. 2층 창문 앞에 서서 (요양원)밖에 서 있는 자녀들과 전화로 얼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시절이 이러니 어쩔 수 없지만, 영상통화를 하다 보면 더 보고 싶다”고 말했다. 양 할머니는 올해 설을 요양원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생들과 노래를 부르면서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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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주고받는 영상편지
경기도 파주의 정원노인요양원은 10일 설을 맞아 영상편지 상영회를 열었다. 요양원 어르신들의 가족이 보낸 영상편지를 함께 시청하는 행사다. 코로나19로 인해 만날 수 없다 보니 어르신들의 그리움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아들, 딸은 물론 손자와 손녀까지 영상편지 보내기에 동참했다. 이날 스크린으로 영상편지를 본 어르신들은 손주의 재롱에 웃거나 "보고 싶다. 왜 그 안에 있느냐"고 눈물을 흘렸다.
경기 파주 정원노인요양원에서 10일 열린 영상편지 상영회. 가족들이 어르신에게 보낸 영상편지에서 손자와 손녀가 인사를 하고 있다. [정원노인요양원 제공]
이 요양원은 어르신들이 직접 출연해 새해 덕담을 전하는 영상을 촬영한 뒤 각자의 자녀에게 전송하기로 했다. 자녀들이 코로나19에 걸리지는 않을까 조심하라는 덕담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박은정 정원노인요양원 복지팀장은 “어르신들이 코로나19 상황은 알아도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이 큰 것 같다”며 “코로나19 초기에는 요양원 입장에서도 제한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기만 했는데 이제 적극적으로 화상 면회나 영상편지 행사를 하니까 어르신들도 점차 이해하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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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차 아이디어도 "추석엔 달랐으면"
인천의 하나요양원은 스카이차를 대여하기 위해 비용까지 계산해봤다고 한다. 보호자가 스카이차를 타고 외부에서 2층 창문까지 올라오면 창을 사이에 놓고 어르신이 얼굴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강순영 원장은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어르신과 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며 “견적까지 냈지만, 보호자들이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 실현은 못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추석엔 어르신들이 아쉬움에 눈물 흘리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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