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노력의 대가로 얻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소소함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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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갚는 셈법

정부혜 2022. 4. 3. 13:48

빚을 갚는 셈법

 

얼마 전에 어떤 포럼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적지 않은 강연료를 받았어요.

포럼에 신입회원으로 가입비를 내고도 돈이 남았습니다.

강연료는 나를 위해 쓰지 않겠다고 이미 작심한 터였지만

일단 지갑에 돈이 들어오니 마음속에서 탐심이 새록새록 생겨났어요.

 

개인적으로 쓰고 싶은 곳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돈이 지갑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것이라는 소유욕은 더 강해졌어요.

다음날 당장 결정을 내렸어요.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아저씨 한 분과 아주머니 한 분에게

"이 돈으로 가족과 외식하라"며 모두 드렸어요.

"지금까지 사람 대접을 못 받았는데... 아저씨의 말씀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습니다.

사실 저의 행위는 미덕이랄 것도 없습니다.

 

그동안 제가 타인에게 신세진 것을 따지자면 아마 트럭 한 대 분량은 될 겁니다.

"얻어먹기만 하면 되냐"는 아내의 핀잔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계속 얻어먹을 작정입니다.

저보다 형편이 나은 사람에게 얻어먹는 대신에 그 신세는 저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갚을 작정입니다.

회사의 비정규직 두 분에게 돈을 드린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런 셈법을 하는 데에는 제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우선 과거에 신세진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서 빚을 갚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첫번째입니다.

두번째는 경제적 효용에 관한 것입니다.

똑같은 10만원이라도 가 난한 사람에겐 그 돈이 훨씬 크게 느껴질 테지요.

 

그런 만큼 부자한테서 신세진 것을 빈자에게 갚는다면 사회 전체의 효용은 증가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은혜를 입기 때문에

정확히 그 당사자에게 갚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누구에게든 무조건 갚아야 합니다.

=배연국의 행복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