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 석진
늦은 가을을 만취하노라
사랑도 취하고
미움도 취할 때
다가 올 모진 겨울도
취할 수 있으리
화려했던 단풍도
땅에 떨어져
추한 모습으로 구르는데
한번도 화려해본 적 없이
본색을 잃어 가는 나는
농염의 이 가을을
취하지 않고
어찌 보낼 것이냐
그리움도 외로움도
기억 저 편에
한낱 먼지로 사라질 것을
만추에 만추가 서러워
만취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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