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노력의 대가로 얻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소소함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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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정취/아름다운글과 詩

늙은 말 - 최전(崔澱)

정부혜 2007. 10. 13. 21:27


 

늙은 말 - 최전(崔澱)

老馬枕松根 夢行千里路
노마침송근 몸행천리로

秋風落葉聲 驚起斜陽暮
추풍낙엽송 경기사양모

늙은 말 솔 뿌리 베고 누워서
꿈 속에서 천리길을 내달린다네.

갈 바람 나뭇잎 지는 소리에
놀라서 일어나니 해는 저물고.

지난 날은
꿈이었지 싶다.

빠진 이빨로
여물을 씹다가

지친 몸을
솔뿌리 위에 누인다.

곤한 잠 속에서는 여전히
힝힝 대며 천리길을 내달린다.

장하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적토마의 꿈은 찾을 길 없다.

붉은 갈기를 휘날리며
더운 땀방울을 흘리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쓰다듬는 주인의 손길에
의기양양하여

채찍질 없이도
내달리던 때가 있었다.

가을 바람 잎 지는 소리에
부시럭 눈을 뜨면

또 하루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다.

나도 가야지.
하지만 어디로 간단 말인가?
늙은 말의 꿈은 슬프다.

가을하늘에
흰구름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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