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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정취/감동글 좋은글

4월의 노래와 詩

정부혜 2008. 4. 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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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노래 -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벨텔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지를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 목련꽃 1 - 오세영  
 

드디어 활짝 피었구나.
어쩌란 말이냐,
나의 사람은 아직도 소식이 없는데
푸른 꽃그늘에 앉아 이 봄날을 나는
어떻게 살란 말이냐.


지난 겨울 밤,
등피를 밝혀 쓰던 편지는
끝내
전할 사람이 없고,


두견새는 밤새 저리 울고 봄비는
강물 되어 흐르더니
드디어 활짝 피었구나 뜰의
백목련 한 쌍.
네가 없는 봄을, 이 푸른 꽃그늘의 대낮을
나는 어떻게 살란 말이냐.


드디어
목련은 활짝 피었는데,
 

 

 

 

♧ 목련 - 하두자  

 
목련나무의 기다림은 단정하다
봄의 환한 햇살에도 미동이 없다.


나무의 뿌리가
나무의 가지가
푸른 수액 끌어 들여
가닥가닥 다른 길을 만들어 놓아도
제 흐름과 제 흔들림으로
제 몸 맑게 하며 곁뿌리까지 달고 있는
그의 길은 오직 한 길
돌아서 가는 길이 없다.


살아 있으므로 비릿한 아픔이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부스럼의 딱지 떼어
나무그루마다 속불 지펴 그윽한 봄을 채워도
꽃의 그리움을 냉큼 집어먹은 하늘 길은
언제나 북쪽으로 얼굴 디밀고 있다.

 

 

바람 낮게 깔리는 오후
떨어지며 이제야 서로 마주 보는 꽃잎과 꽃잎들
천천히 몸을 지우며 소멸하여 완성으로 가는
꽃 그림자
그의 길은 단호하다.


명치끝 결리는 푸른 멍울 사랑은
올해도 봄의 구릉 넘으며
정갈하다.
하염없다.

 

 

 

 

♧ 하얀 목련  - 현상길  
 

철이 되면 늘
그 자리에 오시려니
무심히 옷자락 곁을 스쳤습니다.


저고리 흰 소매에 햇살 모으는 당신
서늘한 웃음 눈에 익어
해맑은 물빛 얼굴 오늘도 오시려니
열없이 눈길은 머언 구름에 맺혔습니다

.
휘파람도 빛 바랜 가곡 한 소절로
시큰둥하게 발끝을 차며
봄은 만날 그 모양이러니
커 버린 애들처럼
말없는 어깨만 툭 지나쳤습니다.


가지런한 꽃 바느질 당신의 손길도
구름 끼면 흘리는 애꿎은 빗살인 양
눈길 밖으로 넘기려 했습니다.
굽은 등에 닿는 부드러운 매만짐도
바람 한 줄이려니 한숨지었습니다.


아, 그건 당신의 향기였습니다.
아련한 숨결이
기다림보다 먼저 입술에 닿았습니다.


철이 되면 늘 오시는 당신
나의 그림자 뒤로 스쳐간 것은
그저 기다림이었습니다.

 

 

 

♧ 목련 - 정재영(小石)  

 
못 잊음을
지피면
불꽃이 되고

 

기다림이
고이면
기름이 될까

 

심지를 곧추 세운
가지 끝에

 

세월로
탈색시켜
매달아둔
하얀 등

 

하루 종일
그리움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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