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노력의 대가로 얻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소소함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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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정취/아름다운글과 詩

월동준비

정부혜 2008. 11. 17. 16:59

월동준비


지구 온난화 이상기온 현상등
현대를 살아가는 갖은 장애물 앞에서도
게절의 변화는 묵묵히 우리곁으로 찾아듭니다
어제보다 더 세찬 초겨울바람이
창문을 스쳐가는 소리에 주부들의
가장 큰 관심과 걱정거리는 겨울나기 준비입니다

세상의 빠른 발전속에는 주부들의 일손을
덜어주는 기계들이 가장눈에 들어옵니다
11월 중순 넘어선 계절은
포근한 날이 많아 김장철이란걸 잊고 지냈는데
주부가 모이는 곳이면 어느듯 김장 끝냈다는
홀가분한 말들이 쏟아져나옵니다

김장 독 묻으려 얼어붙은 땅 힘들게
파헤치지 않아도 세련된 주방한켠에 자리잡은
김치냉장고 덕입니다

김장의 량도 많이 줄었지만
김장철에 넉넉히 해두면 내년 이맘때까지는
김치 맛을 볼수있으니 이런세상에
주부의 일이 힘들다고 푸념할사람 있을까요

사철 싱싱한 김치의 맛을 불수있고
주문만하면 알아서 집앞까지 배달해주는 세상
젊은 주부들은 김장의 힘겨움을 알지못합니다
친정에서 시댁에서 부모님께 의지하며
김치란 존재가 그다지 중요한 걸
실감하지 못하는 신세대 주부들의 안락한
삶을 부러워해야 할지요

모두가 편리함만 추구하고 편리함만 �아가다보면
언젠가는 땅속에 묻어둔
곰삭은 김치 맛을 그리워하게됩니다

올망졸망 김치독이 마당한켠을 장식하고
독 주변에 짚으로 엮어진 동그란 장식품이
특색이였던
어머님의 김치독이 떠오릅니다

과학으로 맛을내고 기후변화에도
그대로 온도 유지되는 이쁘고 세련된
김치냉장고가 시골집집마다 필수가 되었습니다

김장철이 되기도전에 백발의 할머님은
올해 김장 다 하셨다는 말씀에
고유의 땅속 김장맛은 영원히 사라질까
꽁꽁 얼어붙은 커다란 독안을 들여다보며
몸 상체를 독안으로 들여밀고 끙끙거리며
커다란 양푼이에 가득 담아내던
몸빼차림에 흰수건 머리에 두른
어머님의 시리고 빨갛게 달아오른 손끝은
기억속에서만 시려옵니다

그렇게 분주하게 살다 떠나신
어머님의 세월이 아프기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