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버렸던' 드라마의 통쾌한 반전이다.
1일 종영한 SBS 수목극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는 올해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 단연 최고의 화제작이다. '구가의 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직장의 신' 등도 넘지 못한 시청률 20%고지를 가볍게 돌파했다. 각종 패러디물과 뒷이야기 등까지 양산하며 비교대상이 없는 이슈메이킹 능력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방송 전부터 관계자들 사이에서 '그냥 던지는 작품'으로 평가절하됐던 '너목들'의 반전 성공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2년간 '너목들'시놉시스는 이곳저곳 제작사로 부터 거절당했고, 방송 한 달 전엔 여자 주연배우와 방송국이 바뀌며 '산전수전'을 겪었다.
모두가 안될 거라고 '버렸던' 드라마가 올해 최고 화제의 미니시리즈가 된 사연은 뭘까.
▶ 한국서 안된다는 '복합장르', 시청자는 열광
'너목들'시놉시스가 문전박대를 받았던 건 '복합장르' 때문이다. 6월 5일 첫 방송부터 '너목들'에서는 두 달여 간 스릴러·로코(로맨틱코미디)·휴먼·멜로·가족·법정 등 다양한 장르가 이어졌다. 복합적인 요소를 내세운 드라마는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기피돼 온 작품. 하지만 시청자는 이에 열광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2년 전 부터 '너목들'의 기획안이 방송국에 돌아다녔지만, 많은 제작자들이 거절했다. 지금까지 지상파 드라마 성공 공식이었던 가족·역사·전문직 드라마 중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너목들'의 이같은 특성은, '미드(미국 드라마)' '웹툰' 등으로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의 흥미를 끊임없이 자극했다. 아역들이 연기한 초반부는 빈부격차를 다룬 사회극으로, 성인역이 등장한 이후에는 로코물로, 이보영 모친 역의 김해숙이 사망한 이후에는 스릴러로 색깔이 계속 바뀌었다. 정덕현은 "김해숙(어춘심)이 정웅인(민준국)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아무도 그런 전개는 예상치 못했다"며 "지금까지는 드라마의 장르만 봐도 어떤 전개와 결말이 나올지 대강의 예측이 가능했다. '너목들'은 그런 공식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이보영·이종석·정웅인 등 연기자들의 재발견
배우들도 '작품 덕'을 단단히 봤다. 처음에는 톱스타와 아이돌 하나 없는 캐스팅 때문에 기대치는 뚝 떨어졌다.
하지만 이보영(장혜성)은 동급최강 연기력을 인정 받았고, 이종석(박수하)은 그야말로 핫한 스타로 발돋움 했다. 이들은 무려 10살 차이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와 고등학생간의 멜로를 거부감없이 그려냈다. 이보영(34)은 전작 KBS '내 딸 서영이'에서와 똑같은 변호사 캐릭터로 맡아 '똑같은 연기를 할 것'이란 우려를 샀지만, 탄탄한 연기력으로 악플을 모두 날렸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원래 타 방송국에서 공효진이 '너목들'의 주연을 맡기로 했었다. 이후 사소한 갈등 때문에 편성이 무산되고, SBS로 건너와 이보영이 주연을 맡게 된 것"이라며 "이제 와서는 공효진이 장혜성 역을 맡았어도 이보영만큼 역할을 소화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고 전했다.
이종석(24)도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 소년이라는 특이한 역할을 설득력있게 소화했다. 전작인 '학교 2013'의 고남순에서 완전히 벗어나 다채로운 표정 연기와 한 층 성숙한 감정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학생 역을 주로 맡은 이종석은 '너목들'을 통해 또래 남자 연기자들 가운데 선두에 섰다.
정웅인 역시 '너목들'을 통해 데뷔 후 가장 뜨거운 조명을 받았다. "얘기하면 죽인다고 했다. 네 말을 들은 사람도 죽일거다" "꼬마야, 여기 먹물먹은 놈들은 다 내편인 것 같구나" 등 그의 대사를 패러디한 시리즈가 나올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섬뜩한 눈빛과 한 서린 감정 연기로 '너목들'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평까지 듣고 있다. 각각 국선전담변호사와 검사 역을 맡은 윤상현(차관우)·이다희(서도연)도 이보영·이종석과 갈등·화해를 반복하며 극에 끊임없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박혜련 작가, '논스톱'과 '드림하이'로 쌓아온 내공의 폭발
'너목들'의 인기 1등 공신은 짜임새 있는 대본이다. 쉴 새 없이 범인이 뒤바뀐 '쌍둥이 형제 살인사건', 이종석의 실종과 기억상실 등 긴장감 넘치는 반전 전개가 이어졌다. 이종석-이보영-윤상현의 미묘한 삼각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쥐락펴락했다. 매번 다른 에피소드로 인물들간의 관계나 캐릭터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미드'를 보는 듯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대본을 쓴 박혜련 작가는 MBC '논스톱'시리즈, '드림하이1' 등을 집필했다. 방송 한 달 전에 방송국과 주연배우가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완성도 높은 대본의 힘이 드라마를 이끌었다는 평가. SBS 김영섭 드라마 국장은 "박 작가가 드라마 기획 단계인 2011년부터 대본을 쓰며 현직 국선전담변호사들에게 감수를 받았다. 드라마 시작 전 이미 절반 이상 집필을 마친 상태였다. 이같은 과정이 있었기에 기존의 법정드라마보다 깊이가 있는 작품이 탄생했다. 여기에 가볍고 새로운 형식을 덧입혀 다양한 시청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 작가는 '너목들'의 성공을 자축하며 스태프와의 해외여행 경비를 모두 지불했다. SBS관계자는 "박 작가가 2회 연장에 따른 원고료를 받지 않는 대신, SBS 측에 배우와 스태프들의 해외여행을 부탁했다. 원고료에 SBS 측의 포상금, 여행사 측 지원까지 더해 태국 푸켓으로 8일부터 4박 5일간 휴가를 다녀오게 됐다"이라고 말했다.
원호연 기자 bittersweet@joongang.co.kr
배우들도 '작품 덕'을 단단히 봤다. 처음에는 톱스타와 아이돌 하나 없는 캐스팅 때문에 기대치는 뚝 떨어졌다.
하지만 이보영(장혜성)은 동급최강 연기력을 인정 받았고, 이종석(박수하)은 그야말로 핫한 스타로 발돋움 했다. 이들은 무려 10살 차이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와 고등학생간의 멜로를 거부감없이 그려냈다. 이보영(34)은 전작 KBS '내 딸 서영이'에서와 똑같은 변호사 캐릭터로 맡아 '똑같은 연기를 할 것'이란 우려를 샀지만, 탄탄한 연기력으로 악플을 모두 날렸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원래 타 방송국에서 공효진이 '너목들'의 주연을 맡기로 했었다. 이후 사소한 갈등 때문에 편성이 무산되고, SBS로 건너와 이보영이 주연을 맡게 된 것"이라며 "이제 와서는 공효진이 장혜성 역을 맡았어도 이보영만큼 역할을 소화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고 전했다.
이종석(24)도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 소년이라는 특이한 역할을 설득력있게 소화했다. 전작인 '학교 2013'의 고남순에서 완전히 벗어나 다채로운 표정 연기와 한 층 성숙한 감정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학생 역을 주로 맡은 이종석은 '너목들'을 통해 또래 남자 연기자들 가운데 선두에 섰다.
정웅인 역시 '너목들'을 통해 데뷔 후 가장 뜨거운 조명을 받았다. "얘기하면 죽인다고 했다. 네 말을 들은 사람도 죽일거다" "꼬마야, 여기 먹물먹은 놈들은 다 내편인 것 같구나" 등 그의 대사를 패러디한 시리즈가 나올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섬뜩한 눈빛과 한 서린 감정 연기로 '너목들'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평까지 듣고 있다. 각각 국선전담변호사와 검사 역을 맡은 윤상현(차관우)·이다희(서도연)도 이보영·이종석과 갈등·화해를 반복하며 극에 끊임없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박혜련 작가, '논스톱'과 '드림하이'로 쌓아온 내공의 폭발
'너목들'의 인기 1등 공신은 짜임새 있는 대본이다. 쉴 새 없이 범인이 뒤바뀐 '쌍둥이 형제 살인사건', 이종석의 실종과 기억상실 등 긴장감 넘치는 반전 전개가 이어졌다. 이종석-이보영-윤상현의 미묘한 삼각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쥐락펴락했다. 매번 다른 에피소드로 인물들간의 관계나 캐릭터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미드'를 보는 듯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대본을 쓴 박혜련 작가는 MBC '논스톱'시리즈, '드림하이1' 등을 집필했다. 방송 한 달 전에 방송국과 주연배우가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완성도 높은 대본의 힘이 드라마를 이끌었다는 평가. SBS 김영섭 드라마 국장은 "박 작가가 드라마 기획 단계인 2011년부터 대본을 쓰며 현직 국선전담변호사들에게 감수를 받았다. 드라마 시작 전 이미 절반 이상 집필을 마친 상태였다. 이같은 과정이 있었기에 기존의 법정드라마보다 깊이가 있는 작품이 탄생했다. 여기에 가볍고 새로운 형식을 덧입혀 다양한 시청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 작가는 '너목들'의 성공을 자축하며 스태프와의 해외여행 경비를 모두 지불했다. SBS관계자는 "박 작가가 2회 연장에 따른 원고료를 받지 않는 대신, SBS 측에 배우와 스태프들의 해외여행을 부탁했다. 원고료에 SBS 측의 포상금, 여행사 측 지원까지 더해 태국 푸켓으로 8일부터 4박 5일간 휴가를 다녀오게 됐다"이라고 말했다.
원호연 기자 bitterswee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