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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공주' 서하준 "실제로도 재벌? 에이, 설마요" (인터뷰)

정부혜 2013. 10. 8. 11:59

 

'오로라공주' 서하준 "실제로도 재벌? 에이, 설마요" (인터뷰)

출처 TV리포트 | 작성 김지현 | 입력 2013.10.05 09:02

 

기사 내용
[TV리포트=김지현 기자] 단언컨대 신예 서하준은 올해 최고의 행운아다. 배우 스스로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생애 처음으로 본 오디션에 덜컥 합격했고, 첫 작품이 지상파 일일극 남자주인공이다. 게다가 데뷔작은 임성한 작가의 작품이다. 모두 자고 일어나니 벌어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연출 김정호)의 매력남, 서하준을 만났다. 첫 눈에 임 작가의 선택이 탁월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180cm가 훌쩍 넘는 키에 성실하게 자란 속눈썹, 사람을 신뢰하게 만드는 환한 미소까지 TV 속 설설희가 그대로 튀어나온 듯 했다. 재벌 3세지만 순진한 구석이 있는 설설희에 꼭 들어 맞는 외모다.

"아직 실감이 안나요. 많은 분들이 설설희를 예뻐해주신다고 들었어요. 그저 감사할 뿐이죠. 갈 길이 멀었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기분은 좋아요. 식당에서 어르신들이 극중 이름을 부르며 반찬을 더 얹어줄 때 잠깐 관심이 느껴질 뿐, 촬영장 밖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직 잘 모르거든요"

애초 '오로라공주'의 러브라인은 여주인공 전소민(오로라 역)과 오창석(황마마 역) 중심이었다. 하지만 설설희가 나타난 순간 모든 게 달라졌다. 설희와 로라의 러브라인을 응원하는 시청자들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한 것. 캐릭터가 좋았지만, 이를 연기한 서하준을 향한 시청자의 호감도 한몫을 했다. 서하준에게 '오로라공주'는 천운이었던 것이다.

"감사하게도 창석이 형이 잘 챙겨줘요. 현장에서 가장 친절하고, 친밀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바로 창석이 형이에요. 성격이 참 좋은 형이에요. 부모님으로 나오는 김영란, 임혁 선생님도 빼놓을 수 없어요. 두 분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죠. 가끔은 진짜 부모님처럼 애틋하게 느껴져요."

"모델 활동, 경제적 어려움에 힘들어"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 때문일까. 서하준 그도 실제 화려한 집안에서 귀하게 자랐을 것만 같다. 정작 그가 손사래를 치며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다고 말한다.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검소하게 자랐다고. 아주 어려웠던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인 걱정을 할 때가 종종 있었다.

"모델 일을 잠깐 한 적이 있어요. 좋은 기회를 얻어 홍콩까지 갈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 한 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했어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직업이잖아요. 게다가 홍콩으로 떠났을 때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좀 처럼 오기 힘든 기회인데 마음의 갈피를 못 잡겠더라구요. 그래서 더 힘들었어요"

홍콩으로 떠나기전 어머니가 많이 아팠다. 또 어린 남동생을 한국에 남겨두는 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떠난 타국은 편치 않았다. 게다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고 의지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낯선 타국에서 홀로 속 앓이를 한 그는 금전적인 이유와 더불어 여러가지 고민한 끝에 결국 귀국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 엄마 그 이상의 존재"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할 때 가장 힘이 되어 준 존재는 외할머니다. 그에게 외할머니는 어머니, 그 이상의 존재였다고 한다. 홀어머니가 일로 바쁠 때, 외할머니는 늘 그의 곁을 지켜줬다. 그런 할머니가 1년 6개월여 전 세상을 떠나셨다.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소리 내 펑펑 울어본 적이 없는 서하준은 태어나 처음으로 목놓아 울어봤다고 한다. 아직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그다.

"장례식장에서 정말 세상이 떠내려갈 듯 울었어요. 너무 마음이 아팠고,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제게 외할머니는 그 누구보다 남다른 존재였거든요. 지금 제가 연기하는 걸 보셨다면, 한 번이라도 '오로라 공주'를 보시고 떠나셨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도 많이 아쉽고, 그리워요. 여전히 보고 싶어요."

마음이 공허해 힘든 시기, 거짓말처럼 '오로라 공주'가 찾아왔다. 오디션을 보면서도 합격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 때 처음 만났던 임성한 작가와의 만남을 아직도 기억한다.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이가 바로 임성한 작가였다. 별 다른 표정과 말이 없어 자신을 맘에 들어하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의 편견이 있는 게 사실이잖아요. 저도 신비스럽게 생각했어요. 한 번은 작가님에게 전화가 온 적이 있는데 정말 상냥하고 다정다감한 분이셨어요. 제게 부족한 부분을 지도해주셨어요. 작가님이 참 대단한 게, 모든 캐릭터에 애정이 있으세요. 사실 전 제 역할이 이렇게 큰지 몰랐거든요."

"설설희 매력? 일편단심 민들레"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오로라 공주' 일부 배우들이 예고없이 줄줄이 하차하자, 서하준 역시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네티즌들의 서명운동이 번진 것이다. 비록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서하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요? 지금 처음 들었어요. 와,정말 놀랍네요. 설설희가 그 정도로 괜찮은거에요? 한 여자만 바라보는 설희의 매력이 통했나봐요. 설희의 뇌구조를 그린다면, 제일 큰 가운데 부분이 오로라일 거에요. 아, 애견인 '떡대'도 있을테고, '오로라 엄마에게 잘보이기'도 있을거에요. 점으로 된 건 '다른 여자' 정도가 아닐가요? 하하."

"실제로도 오로라 같은 여자가 좋아요. 자신만의 줏대가 뚜렷하고, 소신이 있으면 멋지잖아요. 오로라와 닮은 여성라면 여자친구로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전 설희와 좀 달라요. 전 개구쟁이거든요. 설희의 긍정적인 성격은 좋아요. 모든 상황에서 긍정적이고 씩씩한 남자인데, 그건 배울 점이라고 생각해요."

서하준은 아직 여자친구가 없다며 아쉬워 했다. 현재는 일이 먼저라서 연애는 나중에 하겠다고. 하지만 오로라처럼 주관에 의해 움직이고, 옳은 말을 하는 여자라면 연애할 수도 있을 것 같단다. 설설희와 다른 점이 더 많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설설희처럼 생각하는 그다. 드라마에 제대로 빠진 모양이다.

"요즘 친구를 만나면 '설희는 어떻게 되냐'고 물어봐요. 근데 정말 몰라요. 작가님 빼고는 아무도 몰라요. 설희가 죽냐고 물어보는 이도 있는데 그것도 전혀 알 수 없어요. 드라마를 보면 예고편도 안나가잖아요. 앞으로가 궁금한 게 정상이죠. 그런 게 드라마 보는 묘미가 아닐까요."

데뷔 과정은 운이 좋아지만, 언제까지 운이 따를 수 없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천천히 가는 것이 서하준의 목표다. 그가 존경하는 배우는 할리우드 배우 이안 맥켈런이었다. 일반적으로 인기 절정의 젊은 배우들을 꼽는 것과 달리 노장의 배우를 좋아했다.

"이안 맥켈런처럼 기찻길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쉬지 않고 계속 달리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현재에 충실하며 최대한 많이 배우겠습니다. 그러면 언젠가 이안 맥켈런이나 하정우, 김윤식 같은 멋진 배우가 될 수 있겠죠? 지켜봐주세요. 천천히. 오랫동안."

김지현 기자mooa@tvreport.co.kr/사진=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