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까지 '별그대' 열풍 몰고 간 배우 김수현 인터뷰
1988년생, 올해 한국 나이로 스물일곱. 보통의 한국 남자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단계이거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을 나이다. 하지만 배우 김수현은 또래 누구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성과를 쌓아 올렸다.
김수현이 처음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린 것은 2007년 MBC-TV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이다. 그 후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자이언트' 등에서 주인공의 아역을 연기하며 드라마 인기와 상관없이 인상적인 연기를 쏟아내 시청자의 눈에 각인됐고 직접 주연으로 올라선 2011년부터는 멈춰서는 일이 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시골뜨기 송삼동 역을 맡았던 KBS-2TV '드림하이'에서 배우 수지와 찰떡호흡을 보였고, 한가인과 함께 연기한 MBC-TV '해를 품은 달'에서는 시청률 40%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사이 출연한 영화 '도둑들'과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성공은 덤이다.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도둑들 중 한 자리를 차지한 '도둑들'은 1천만 관객을 넘었고,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순수하게 김수현의 힘으로 전국 관객 7백만 명을 기록했다.
하는 작품마다 새로운 전성기를 여는 그의 행보에 이제는 전 세계가 감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종방한 SBS-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는 김수현의 인기가 한국을 넘어서 중국은 물론 동남아까지 뻗치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김수현은 이제 세계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
그는 4백 년 전 조선 시대 미확인비행물체(UFO)로 지구에 도착한 도민준 역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엄친아'의 정점을 보여줬다. 4백 년 동안 쌓아온 재산과 지식, 도저히 늙지 않는 훈훈한 외모와 여주인공 천송이에게 빠진 후에는 로맨티시스트의 면모까지, 이처럼 완벽한 남자, 어떤 여자가 마다할 수 있을까.
20% 후반의 시청률로 2014년 상반기 가장 흥행한 드라마 중 한 편으로 기억될 '별그대'를 마친 그는 밀려드는 광고와 인터뷰 요청으로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수많은 매체의 취재 요청에 결국 서울의 한 호텔에서 식사를 겸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전날 종방연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듯한 그는 생생한 종방연의 기억부터 풀어냈다.
"웃고 떠들고 마시고 사인하고 사진 찍고…. 여러 선배들이 기분 좋게 취하셨고, 굉장히 편안한 자리였어요. 장태유 감독님이 울먹거리셨죠."
한국 드라마로는 전대미문의 외계인 캐릭터. 지구를 파괴하고 지배하려는 것이 아닌 사랑하기 위해 온 외계인은 그로부터 비롯됐다. 어떻게 갈피를 잡았을까?
"외계인이라 딱히 신경 쓴 건 없었어요. 도민준이 살아온 세월을 표현하는 데 가장 많이 노력했죠. 이전에 사극을 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도포 자락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많은 분들이 갓 쓴 모습을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개화기 스타일도 좋았고, 연기하는 데 신나는 요소가 많았어요."
전지현과는 두 번째 호흡이었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에서 날쌘 도둑 예니콜과 풋풋한 청년 도둑 잠파노를 연기했던 두 사람은 당시 적은 로맨스 분량을 만회하겠다는 듯 이번 드라마에서 마음껏 사랑을 연기했다. 극중에선 4백 년을 산 도민준이 훨씬 연장자이지만 실제로는 김수현이 전지현의 까마득한 후배다. 그는 '누나'라는 깍듯한 호칭으로 전지현을 치켜세웠다.
"영화에서 이미 호흡을 맞춰봐서 이번 작품에서는 편하게 연기했어요. 누나도 성격이 워낙 쾌활해서 분위기를 잘 맞춰주셨고요. 특히 로맨스 연기를 할 때는 몰입이 잘돼요. 촬영을 할 때 항상 이 말을 되뇌었어요. '나는 지금 최고의 천송이와 함께하고 있다'라고요."
천송이 같은 여자친구가 실제로 있다면 어떨까. 전지현은 유부녀라 이뤄지지 않겠지만 드라마 속 천송이라면?
"대본을 보면 천송이가 하는 대사나 행동들이 무척 예쁘고 귀여워 죽겠는 거예요. 하지만 그런 여자친구를 감당하려면 도민준 같은 능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천송이가 된 지현 누나를 보는 모든 남자 스태프는 속된 말로 '죽겠는' 거죠. 현장 분위기가 좋았고 덕분에 재밌게 연기했어요. 키스 장면도 많았는데 키스 후 기절하는 캐릭터니까 능숙하게 해야 하나, 어설퍼야 하나 고민됐어요. 하지만 보는 여성 시청자들이 '어머~ 어떡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끔 더 예쁜 그림을 만들고 싶었어요."
'별그대'는 판타지 드라마다. 일반 드라마 설정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별그대'에서는 이뤄진다. 도민준은 천송이를 위해 시간을 멈추고, 공간 이동을 하고 엄청난 괴력을 발휘한다. 도민준이 갖고 있는 수많은 능력 중 김수현은 어떤 능력이 가장 탐났을까.
"시간을 멈추는 능력도 좋고, 공간 이동하는 게 가장 좋았어요. 공간 이동을 하면 촬영 끝나고 집에도 빨리 갈 수 있잖아요(웃음). 개인적으로는 11회 에필로그에 나왔던 얼음 호수 위 키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도민준이 자기 별에 돌아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천송이를 밀어낸 이후 시간을 멈추고 키스를 하는 내용이에요. 호수에 눈도 오고, 얼음도 얼어 있고 손을 잡으며 따뜻한 느낌으로 마음을 전하는 장면이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결국 드라마는 자신의 별로 돌아간 도민준이 자주 지구를 오가며 천송이와 사랑을 키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극중 천송이는 이 결말을 놓고 "언제 돌아갈지 모르니 항상 지금 이 순간을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게 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원래 '별그대'는 석 달 안에 자신의 별에 돌아가야 하는 외계인을 다룬, 어쩌면 슬픈 마무리가 예정된 드라마였다. 천송이-도민준 커플을 지지하던 시청자들이 바라는 대로 해피엔딩이 됐지만 김수현의 생각은 어땠을까.
"아무도 결말을 몰랐어요. 그래서 더욱 '드라마가 끝나는 걸까' 반신반의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사실 슬픈 엔딩을 원했어요. 그래서 정말 눈물, 콧물 다 쏟아내면서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쩌면 지금 상황도 시한부의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나름대로 결말에 만족합니다."
감당하기 쉽지 않은 성공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더 큰 영광의 날이 기다리고 있다. '별그대'의 성공으로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인 중국에서 그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중. 20대 남자 배우 기근에 휩싸인 한국 연예계에서 연기와 외모 그리고 춤, 노래 등 모든 능력이 출중한 그는 앞길이 창창하다. 하지만 그는 겸손하려 애썼다.
"제가 잘한 것보다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맡았던 캐릭터들이 애잔한 부분이 많았거든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이훤은 일편단심 가슴 아린 사랑을 한 조선 시대 왕이었고,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원류환은 남한 사회에 정이 든 남파 간첩이었죠. 이번 '별그대'는 마음을 편하게 열 수 있는 캐릭터였어요. 감정 연기를 할 때도 '아, 내가 연기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어요."
'숲'이 아닌 '나무들'을 보는 남자
김수현 신드롬을 일으켰던 '해를 품은 달' 방송 당시 그는 "도전자의 자세를 유지하겠다"라고 말했었다. 당시 도전자였던 그는 지금 중국 방송사에서 출연료 10억원을 제안할 만큼 영향력이 있는 배우가 됐다. 김수현의 연기는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의 반열로 그를 끌어올렸다.
"변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최대한 도전자의 모습,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하려고 해요. 지켜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행동에도 조금씩 구애를 받고 책임도 많이 느끼죠. 한편으로는 그럴수록 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도 생겨요. 예를 들면 회사 가족이나 동료 배우들이요.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가까워지면서 마음의 짐을 덜고 있어요. 확실히 부담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 군데 의지하고 있습니다(웃음)."
그는 '별그대' 촬영 전 소속사인 키이스트와 재계약을 했다. 보통 신인 시절 전속으로 소속된 회사에서 입지가 높아지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로 옮기는 일이 많지만 그는 의리를 택했다. 소속사도 김수현의 재계약에 맞춰 중화권과 동남아 등을 도는 월드 팬 미팅을 준비하는 등 톱스타에 걸맞은 대우를 약속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차기작이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최적화됐다는 평을 듣는다. '별그대' 캐스팅 당시 김수현을 추천했던 SBS 드라마국 김영섭 국장은 "김수현은 로맨틱 코미디와 제일 잘 어울리는 얼굴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예전 작품을 보면 훨씬 더 많은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깊이와 넓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 해도 그에게 쏟아지는 로맨틱 코미디 작품의 시놉시스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저도 다양한 인물과 성격의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우선으로 하죠. '나는 언제 이런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해볼까' 하는 걱정은 안 해요. 계속 연기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인물들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수현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가 상당히 진중한 성격임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이는 인터뷰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질문을 받으면 한참 동안을 고민하다 조심조심 입을 뗀다. 스스로는 "앞뒤가 없다"라고 겸연쩍어하지만 필요한 부분에서는 강세도 넣고, 우스갯소리도 천연덕스럽게 덧붙여가며 말을 잇는다. 주변에서는 그를 집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가까운 지인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너무 한 곳에 집중하고 치우치는 게 아니냐고요. 연기하는 데는 넓은 시야로 전체를 봐야 한다는 걸 저도 알고 있어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저는 숲을 바로 보는 게 아니라 나무를 보는데, 나무들을 봐요'라고 대답했어요. 드라마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모여 전체를 만드는 작업이잖아요. 제 성격이 그 작업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할 때도 그런 감정을 집요하게 표현하고 감정선이 이어지면서 감정을 전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말하는 것을 들으면 이 남자, 정말 외계인 같다. 하다못해 머리도 굉장히 작지 않은가! 저렇게 작은 머릿속에 김수현은 연기라는 광활한 우주를 펼쳐놓고 산다. 작은 얼굴로 큰 우주를 품고 사는 이 남자, 정말 별에서 온 그대일지 모른다.
대륙은 지금 '수현앓이' 중
중국에 부는 '별그대' 신드롬
지난 3월 8일 오전 중국 난징공항은 전날부터 몰려든 인파로 홍역을 치렀다. 7일부터 공항 주변에 몰려든 인파는 그날 밤이 돼도 돌아가지 않았다. 8일 오전이 되자 그 숫자는 수천 명으로 불었다. 난징공항 측은 안전사고를 대비해 6백여 명의 보안 요원을 투입했다. 새롭게 '아시아의 별'로 떠오른 김수현을 보려는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별그대'가 한창 방송 중이던 지난 2월 김수현은 중국 장쑤위성TV로부터 프로그램 '최강대뇌-더 브레인'에 출연해달라는 섭외를 받았다.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다. 프로그램 자체가 인기리에 방송 중인 과학 프로그램이었을 뿐 아니라 '별그대' 종방 직후인 3월 초에 중국까지 날아가는 일정을 빼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급 한류 스타로 떠오른 김수현을 잡기 위해 방송사가 내건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출연료가 한화로 10억원, 뿐만 아니라 김포공항에서 난징공항까지 전용기를 투입하겠다는 조건이었다. 장쑤위성TV는 김수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지구인들이 당신을 원한다'라는 초대장까지 보냈다. 밀려드는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도 결국 기자회견을 택했던 김수현은 8일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최강대뇌-더 브레인'은 주걸륜, 장쯔이, 타오징잉 등 중국 최고의 스타들만이 초대 손님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는 김수현이 처음으로 초청됐다. 방송사는 김수현의 출연이 확정된 2주 전부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녹화 현장을 공개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날 녹화에는 김수현의 출연으로 방청 요청이 쇄도해 취재진과 광고주 그리고 엄선된 일반 관객만이 참석할 수 있었다. 김수현의 모습을 취재하려는 취재진 역시 신분증과 입장증 외에도 입장 팔찌가 있어야지만 녹화장 출입이 가능했을 정도다. 투입된 경호 인력은 5백 명, 녹화 현장에는 1m 높이의 울타리를 설치해 관객의 소동을 막았다.
김수현이 등장하자 스튜디오는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인사를 하고 옷매무새를 만지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도 역시 함성이 터졌다. 김수현은 "3월 5일이 중국에서는 '여성의 날'이라고 들었다고 말하며 패널로 출연한 두 여성에게 선물을 전했다. 과학 프로그램답지 않게 김수현의 이상형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으며 김수현은 "꾸밈없이 밝은 사람이 좋다"라고 답했다. 김수현은 녹화 후 몇 개의 일정을 더 소화한 후 8시간 만에 귀국했다.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수현이 '최강대뇌' 출연과 몇 개의 일정으로 불과 8시간 만에 벌어들인 돈은 약 14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그는 또 "현재 중국에서는 김수현을 자사 드라마에 출연시키기 위해 나서는 방송사들이 부지기수다"라며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된 김수현의 존재감은 그 자체로도 뜨겁다. 방송 출연을 두고 벌어진 소동은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1면에 김수현과 전지현의 사진을 싣고 "김수현이 출연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만 2억5천만 명이 시청했으며 역대 최고 시청률을 올렸다"라고 보도했다. 또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회의의 통칭)에서도 '별에서 온 그대'가 화두에 올랐다. 중국 공산당 서열 6위인 왕치산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이 양회에서 "한국 드라마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음을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국 드라마의 콘텐츠나 영혼은 그야말로 역사와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승화시킨 것이다"라고 밝혔다. 광동 화원의 쉬롼쑹 원장은 "우리의 문화적 자존감에 상처를 입혔고, 문화적 자존감의 상처는 문화적 자신감 실추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아픈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주로 역사물이나 시대극을 방송하는 중국의 드라마는 유통 경로가 크게 지상파TV, 위성TV, 동영상 전문 포털 사이트로 나뉜다. 지상파의 경우 중국 국가기관 광전총국에서 심의한다. 막바지에 실시간으로 제작되는 한국의 다수 드라마와는 달리 중국 드라마는 100% 사전 제작한다. 이 과정도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2010년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광전총국은 한국 드라마에 대한 심의를 더욱 까다롭게 하고 있다. 시간을 거스르는 타임슬립(Time Slip)물은 방송이 제한되고 귀신, 외계인 등 초자연적 생물체가 등장해서도 안 된다. 또 빈부 격차가 심해도 규제의 대상이 된다.
'별그대'는 까다로운 지상파 대신 동영상 포털 사이트를 노렸다. 요쿠, 아이치이, 소호 등 중국 8대 포털 사이트에 판권을 먼저 팔았다.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자 포털 사이트는 수십 명의 자막 요원을 채용해 자막 제작에 매달렸다. 덕분에 중국 시청자들은 한국 방송 이틀 후에 중국에서 '별그대' 시청이 가능했다. 한국 팬들이 열광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팬들이 열광하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별그대'는 이미 지난해에 대만과 홍콩에 판매됐으며 미얀마,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8개국, 유럽 24개국에 인터넷 판권, 이스라엘, 몽골 등 전 세계 총 18개국에 판권이 판매된 상태다.
판매의 일등 공신은 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김수현의 존재감이다.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도민준XI(씨)'라는 표현이 유행이다. 말 그대로 한국어 존칭 표현인 '씨'를 중국 발음으로 적은 말인데 '선생', '소저' 등의 표현 외에는 남을 높이는 말이 없는 중국에서 한국식 표현 '씨'를 즐겨 쓰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별그대'에서 전지현이 즐겨 먹은 '치맥(치킨과 맥주)' 열풍이 불며 중국 내 가금류 식품업계 매출이 2배 이상 상승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조사연구팀 박성현 박사는 "드라마 속 도민준은 4백 년 전 조선 시대에 우주선을 타고 온 외계인이다. 외모는 20대지만 「명심보감」을 즐겨 보고 '재물을 탐하는 것은 오랑캐의 짓이다'라는 교훈적인 대사를 많이 한다. 한자 문화와 유교 정신을 담은 대사들을 보며 중국인들이 친근감을 느꼈다"라고 김수현의 인기 원인을 분석했다.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하경헌(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아이랑 TV>
4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여심을 흔들다
김수현이 처음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린 것은 2007년 MBC-TV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이다. 그 후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자이언트' 등에서 주인공의 아역을 연기하며 드라마 인기와 상관없이 인상적인 연기를 쏟아내 시청자의 눈에 각인됐고 직접 주연으로 올라선 2011년부터는 멈춰서는 일이 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시골뜨기 송삼동 역을 맡았던 KBS-2TV '드림하이'에서 배우 수지와 찰떡호흡을 보였고, 한가인과 함께 연기한 MBC-TV '해를 품은 달'에서는 시청률 40%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사이 출연한 영화 '도둑들'과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성공은 덤이다.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도둑들 중 한 자리를 차지한 '도둑들'은 1천만 관객을 넘었고,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순수하게 김수현의 힘으로 전국 관객 7백만 명을 기록했다.
하는 작품마다 새로운 전성기를 여는 그의 행보에 이제는 전 세계가 감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종방한 SBS-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는 김수현의 인기가 한국을 넘어서 중국은 물론 동남아까지 뻗치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김수현은 이제 세계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
그는 4백 년 전 조선 시대 미확인비행물체(UFO)로 지구에 도착한 도민준 역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엄친아'의 정점을 보여줬다. 4백 년 동안 쌓아온 재산과 지식, 도저히 늙지 않는 훈훈한 외모와 여주인공 천송이에게 빠진 후에는 로맨티시스트의 면모까지, 이처럼 완벽한 남자, 어떤 여자가 마다할 수 있을까.
20% 후반의 시청률로 2014년 상반기 가장 흥행한 드라마 중 한 편으로 기억될 '별그대'를 마친 그는 밀려드는 광고와 인터뷰 요청으로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수많은 매체의 취재 요청에 결국 서울의 한 호텔에서 식사를 겸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전날 종방연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듯한 그는 생생한 종방연의 기억부터 풀어냈다.
"웃고 떠들고 마시고 사인하고 사진 찍고…. 여러 선배들이 기분 좋게 취하셨고, 굉장히 편안한 자리였어요. 장태유 감독님이 울먹거리셨죠."
한국 드라마로는 전대미문의 외계인 캐릭터. 지구를 파괴하고 지배하려는 것이 아닌 사랑하기 위해 온 외계인은 그로부터 비롯됐다. 어떻게 갈피를 잡았을까?
"외계인이라 딱히 신경 쓴 건 없었어요. 도민준이 살아온 세월을 표현하는 데 가장 많이 노력했죠. 이전에 사극을 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도포 자락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많은 분들이 갓 쓴 모습을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개화기 스타일도 좋았고, 연기하는 데 신나는 요소가 많았어요."
전지현과는 두 번째 호흡이었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에서 날쌘 도둑 예니콜과 풋풋한 청년 도둑 잠파노를 연기했던 두 사람은 당시 적은 로맨스 분량을 만회하겠다는 듯 이번 드라마에서 마음껏 사랑을 연기했다. 극중에선 4백 년을 산 도민준이 훨씬 연장자이지만 실제로는 김수현이 전지현의 까마득한 후배다. 그는 '누나'라는 깍듯한 호칭으로 전지현을 치켜세웠다.
"영화에서 이미 호흡을 맞춰봐서 이번 작품에서는 편하게 연기했어요. 누나도 성격이 워낙 쾌활해서 분위기를 잘 맞춰주셨고요. 특히 로맨스 연기를 할 때는 몰입이 잘돼요. 촬영을 할 때 항상 이 말을 되뇌었어요. '나는 지금 최고의 천송이와 함께하고 있다'라고요."
천송이 같은 여자친구가 실제로 있다면 어떨까. 전지현은 유부녀라 이뤄지지 않겠지만 드라마 속 천송이라면?
"대본을 보면 천송이가 하는 대사나 행동들이 무척 예쁘고 귀여워 죽겠는 거예요. 하지만 그런 여자친구를 감당하려면 도민준 같은 능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천송이가 된 지현 누나를 보는 모든 남자 스태프는 속된 말로 '죽겠는' 거죠. 현장 분위기가 좋았고 덕분에 재밌게 연기했어요. 키스 장면도 많았는데 키스 후 기절하는 캐릭터니까 능숙하게 해야 하나, 어설퍼야 하나 고민됐어요. 하지만 보는 여성 시청자들이 '어머~ 어떡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끔 더 예쁜 그림을 만들고 싶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얼음 호수 위 키스
'별그대'는 판타지 드라마다. 일반 드라마 설정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별그대'에서는 이뤄진다. 도민준은 천송이를 위해 시간을 멈추고, 공간 이동을 하고 엄청난 괴력을 발휘한다. 도민준이 갖고 있는 수많은 능력 중 김수현은 어떤 능력이 가장 탐났을까.
"시간을 멈추는 능력도 좋고, 공간 이동하는 게 가장 좋았어요. 공간 이동을 하면 촬영 끝나고 집에도 빨리 갈 수 있잖아요(웃음). 개인적으로는 11회 에필로그에 나왔던 얼음 호수 위 키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도민준이 자기 별에 돌아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천송이를 밀어낸 이후 시간을 멈추고 키스를 하는 내용이에요. 호수에 눈도 오고, 얼음도 얼어 있고 손을 잡으며 따뜻한 느낌으로 마음을 전하는 장면이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결국 드라마는 자신의 별로 돌아간 도민준이 자주 지구를 오가며 천송이와 사랑을 키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극중 천송이는 이 결말을 놓고 "언제 돌아갈지 모르니 항상 지금 이 순간을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게 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원래 '별그대'는 석 달 안에 자신의 별에 돌아가야 하는 외계인을 다룬, 어쩌면 슬픈 마무리가 예정된 드라마였다. 천송이-도민준 커플을 지지하던 시청자들이 바라는 대로 해피엔딩이 됐지만 김수현의 생각은 어땠을까.
SBS-TV '별에서 온 그대' 방송 캡처.
"아무도 결말을 몰랐어요. 그래서 더욱 '드라마가 끝나는 걸까' 반신반의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사실 슬픈 엔딩을 원했어요. 그래서 정말 눈물, 콧물 다 쏟아내면서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쩌면 지금 상황도 시한부의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나름대로 결말에 만족합니다."
감당하기 쉽지 않은 성공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더 큰 영광의 날이 기다리고 있다. '별그대'의 성공으로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인 중국에서 그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중. 20대 남자 배우 기근에 휩싸인 한국 연예계에서 연기와 외모 그리고 춤, 노래 등 모든 능력이 출중한 그는 앞길이 창창하다. 하지만 그는 겸손하려 애썼다.
"제가 잘한 것보다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맡았던 캐릭터들이 애잔한 부분이 많았거든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이훤은 일편단심 가슴 아린 사랑을 한 조선 시대 왕이었고,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원류환은 남한 사회에 정이 든 남파 간첩이었죠. 이번 '별그대'는 마음을 편하게 열 수 있는 캐릭터였어요. 감정 연기를 할 때도 '아, 내가 연기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어요."
'숲'이 아닌 '나무들'을 보는 남자
김수현 신드롬을 일으켰던 '해를 품은 달' 방송 당시 그는 "도전자의 자세를 유지하겠다"라고 말했었다. 당시 도전자였던 그는 지금 중국 방송사에서 출연료 10억원을 제안할 만큼 영향력이 있는 배우가 됐다. 김수현의 연기는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의 반열로 그를 끌어올렸다.
"변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최대한 도전자의 모습,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하려고 해요. 지켜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행동에도 조금씩 구애를 받고 책임도 많이 느끼죠. 한편으로는 그럴수록 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도 생겨요. 예를 들면 회사 가족이나 동료 배우들이요.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가까워지면서 마음의 짐을 덜고 있어요. 확실히 부담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 군데 의지하고 있습니다(웃음)."
그는 '별그대' 촬영 전 소속사인 키이스트와 재계약을 했다. 보통 신인 시절 전속으로 소속된 회사에서 입지가 높아지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로 옮기는 일이 많지만 그는 의리를 택했다. 소속사도 김수현의 재계약에 맞춰 중화권과 동남아 등을 도는 월드 팬 미팅을 준비하는 등 톱스타에 걸맞은 대우를 약속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차기작이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캐릭터들의 매력이 곧 배우의 매력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바꿔서 말하면 그게 제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에요. 캐릭터가 어떻게 작품에 녹아들었는지를 가장 많이 봐요. 지금까지는 그런 캐릭터를 잘 만난 것 같아요. 영화 '타짜'에 이런 대사가 나오더라고요. 김혜수 선배의 대사 중에서 극중 고니(조승우 분) 이야기를 하면서 '이 남자 가질 수 없는 건가'라고 말해요. 가질 수 없는 남자는 굉장히 갖고 싶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도민준은 가질 수 없는 남자였죠. 천송이에게 무릎을 꿇기 전까지는요."
그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최적화됐다는 평을 듣는다. '별그대' 캐스팅 당시 김수현을 추천했던 SBS 드라마국 김영섭 국장은 "김수현은 로맨틱 코미디와 제일 잘 어울리는 얼굴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예전 작품을 보면 훨씬 더 많은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깊이와 넓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 해도 그에게 쏟아지는 로맨틱 코미디 작품의 시놉시스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저도 다양한 인물과 성격의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우선으로 하죠. '나는 언제 이런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해볼까' 하는 걱정은 안 해요. 계속 연기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인물들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수현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가 상당히 진중한 성격임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이는 인터뷰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질문을 받으면 한참 동안을 고민하다 조심조심 입을 뗀다. 스스로는 "앞뒤가 없다"라고 겸연쩍어하지만 필요한 부분에서는 강세도 넣고, 우스갯소리도 천연덕스럽게 덧붙여가며 말을 잇는다. 주변에서는 그를 집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가까운 지인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너무 한 곳에 집중하고 치우치는 게 아니냐고요. 연기하는 데는 넓은 시야로 전체를 봐야 한다는 걸 저도 알고 있어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저는 숲을 바로 보는 게 아니라 나무를 보는데, 나무들을 봐요'라고 대답했어요. 드라마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모여 전체를 만드는 작업이잖아요. 제 성격이 그 작업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할 때도 그런 감정을 집요하게 표현하고 감정선이 이어지면서 감정을 전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말하는 것을 들으면 이 남자, 정말 외계인 같다. 하다못해 머리도 굉장히 작지 않은가! 저렇게 작은 머릿속에 김수현은 연기라는 광활한 우주를 펼쳐놓고 산다. 작은 얼굴로 큰 우주를 품고 사는 이 남자, 정말 별에서 온 그대일지 모른다.
대륙은 지금 '수현앓이' 중
중국에 부는 '별그대' 신드롬
지난 3월 8일 오전 중국 난징공항은 전날부터 몰려든 인파로 홍역을 치렀다. 7일부터 공항 주변에 몰려든 인파는 그날 밤이 돼도 돌아가지 않았다. 8일 오전이 되자 그 숫자는 수천 명으로 불었다. 난징공항 측은 안전사고를 대비해 6백여 명의 보안 요원을 투입했다. 새롭게 '아시아의 별'로 떠오른 김수현을 보려는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별그대'가 한창 방송 중이던 지난 2월 김수현은 중국 장쑤위성TV로부터 프로그램 '최강대뇌-더 브레인'에 출연해달라는 섭외를 받았다.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다. 프로그램 자체가 인기리에 방송 중인 과학 프로그램이었을 뿐 아니라 '별그대' 종방 직후인 3월 초에 중국까지 날아가는 일정을 빼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급 한류 스타로 떠오른 김수현을 잡기 위해 방송사가 내건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출연료가 한화로 10억원, 뿐만 아니라 김포공항에서 난징공항까지 전용기를 투입하겠다는 조건이었다. 장쑤위성TV는 김수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지구인들이 당신을 원한다'라는 초대장까지 보냈다. 밀려드는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도 결국 기자회견을 택했던 김수현은 8일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1 중국 장쑤위성TV 프로그램 '최강대뇌-더 브레인'에 출연한 김수현. 2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별에서 온 그대'. ('워싱턴 포스트' 캡처 사진.)
'최강대뇌-더 브레인'은 주걸륜, 장쯔이, 타오징잉 등 중국 최고의 스타들만이 초대 손님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는 김수현이 처음으로 초청됐다. 방송사는 김수현의 출연이 확정된 2주 전부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녹화 현장을 공개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날 녹화에는 김수현의 출연으로 방청 요청이 쇄도해 취재진과 광고주 그리고 엄선된 일반 관객만이 참석할 수 있었다. 김수현의 모습을 취재하려는 취재진 역시 신분증과 입장증 외에도 입장 팔찌가 있어야지만 녹화장 출입이 가능했을 정도다. 투입된 경호 인력은 5백 명, 녹화 현장에는 1m 높이의 울타리를 설치해 관객의 소동을 막았다.
김수현이 등장하자 스튜디오는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인사를 하고 옷매무새를 만지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도 역시 함성이 터졌다. 김수현은 "3월 5일이 중국에서는 '여성의 날'이라고 들었다고 말하며 패널로 출연한 두 여성에게 선물을 전했다. 과학 프로그램답지 않게 김수현의 이상형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으며 김수현은 "꾸밈없이 밝은 사람이 좋다"라고 답했다. 김수현은 녹화 후 몇 개의 일정을 더 소화한 후 8시간 만에 귀국했다.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수현이 '최강대뇌' 출연과 몇 개의 일정으로 불과 8시간 만에 벌어들인 돈은 약 14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그는 또 "현재 중국에서는 김수현을 자사 드라마에 출연시키기 위해 나서는 방송사들이 부지기수다"라며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된 김수현의 존재감은 그 자체로도 뜨겁다. 방송 출연을 두고 벌어진 소동은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1면에 김수현과 전지현의 사진을 싣고 "김수현이 출연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만 2억5천만 명이 시청했으며 역대 최고 시청률을 올렸다"라고 보도했다. 또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회의의 통칭)에서도 '별에서 온 그대'가 화두에 올랐다. 중국 공산당 서열 6위인 왕치산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이 양회에서 "한국 드라마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음을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국 드라마의 콘텐츠나 영혼은 그야말로 역사와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승화시킨 것이다"라고 밝혔다. 광동 화원의 쉬롼쑹 원장은 "우리의 문화적 자존감에 상처를 입혔고, 문화적 자존감의 상처는 문화적 자신감 실추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아픈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주로 역사물이나 시대극을 방송하는 중국의 드라마는 유통 경로가 크게 지상파TV, 위성TV, 동영상 전문 포털 사이트로 나뉜다. 지상파의 경우 중국 국가기관 광전총국에서 심의한다. 막바지에 실시간으로 제작되는 한국의 다수 드라마와는 달리 중국 드라마는 100% 사전 제작한다. 이 과정도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2010년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광전총국은 한국 드라마에 대한 심의를 더욱 까다롭게 하고 있다. 시간을 거스르는 타임슬립(Time Slip)물은 방송이 제한되고 귀신, 외계인 등 초자연적 생물체가 등장해서도 안 된다. 또 빈부 격차가 심해도 규제의 대상이 된다.
'별그대'는 까다로운 지상파 대신 동영상 포털 사이트를 노렸다. 요쿠, 아이치이, 소호 등 중국 8대 포털 사이트에 판권을 먼저 팔았다.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자 포털 사이트는 수십 명의 자막 요원을 채용해 자막 제작에 매달렸다. 덕분에 중국 시청자들은 한국 방송 이틀 후에 중국에서 '별그대' 시청이 가능했다. 한국 팬들이 열광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팬들이 열광하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별그대'는 이미 지난해에 대만과 홍콩에 판매됐으며 미얀마,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8개국, 유럽 24개국에 인터넷 판권, 이스라엘, 몽골 등 전 세계 총 18개국에 판권이 판매된 상태다.
판매의 일등 공신은 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김수현의 존재감이다.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도민준XI(씨)'라는 표현이 유행이다. 말 그대로 한국어 존칭 표현인 '씨'를 중국 발음으로 적은 말인데 '선생', '소저' 등의 표현 외에는 남을 높이는 말이 없는 중국에서 한국식 표현 '씨'를 즐겨 쓰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별그대'에서 전지현이 즐겨 먹은 '치맥(치킨과 맥주)' 열풍이 불며 중국 내 가금류 식품업계 매출이 2배 이상 상승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조사연구팀 박성현 박사는 "드라마 속 도민준은 4백 년 전 조선 시대에 우주선을 타고 온 외계인이다. 외모는 20대지만 「명심보감」을 즐겨 보고 '재물을 탐하는 것은 오랑캐의 짓이다'라는 교훈적인 대사를 많이 한다. 한자 문화와 유교 정신을 담은 대사들을 보며 중국인들이 친근감을 느꼈다"라고 김수현의 인기 원인을 분석했다.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하경헌(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아이랑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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