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교육, 죽은 교육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를 보면서 이태석 신부님을 제대로 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교육환경은 이태석 신부님이 봉사하셨던 아프리카 수단의 원주민들이 사는 마을의 교육환경에 비하면 백 배, 천 배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놀란 것은 영어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하고 아프리카 토속어를 사용했던 그 아이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영어로 일상 대화를 하는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그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어떻게 저렇게 빨리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영어를 배웁니다. 그 기간이 무려 20년입니다. 그것도 각 과목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교육을 받습니다.
그 20년의 정규교육으로도 부족해서 초중고생이 영어교육에 쓰는 한 해 사교육비가 무려 7조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영어를 배워놓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외국인을 만나면 입 한 번 뻥긋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현실입니다.
지금도 중고교 교실에선 영어시간에 ‘주격 보어, to부정사의 부사적 용법, 직접화법의 간접화법 전환’ 등과 같은 일본식의 낡은 영어문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지요.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외국인들 만나면 영어로 대화할 수 있고 기본적인 영어정도는 읽고 쓸 정도는 되게 하는 것이 목적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까?
20년 동안 영어를 가르치면서도 외국인을 만나면 말 한마디 못하는 죽은 교육을 시키고 있지는 않은지요? 지금도 교육일선에서는 암기하는 능력으로 아이를 평가하고 서열을 매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교육을 시켜야 하는지요?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일제 잔재의 구태의연한 교육방식은 손보려고 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교육은 입시제도만 바꾸려는 노력들에 더 열심이지요. 그동안 입시제도를 바꿔서 교육이 한 번이라도 바뀐 적이 있었는지요.
우리나라에 교육이념은 무엇인가요? 혹시 우리나라 교육이념은 서울대가 아닌지요? 우리나라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꿈은 하나 같이 의사요 판검사요 교사요 공무원이 아닌지요?
어떻게 세상에 태어난 한 인간의 꿈이 겨우 공무원 되는 게 꿈이란 말입니까. 어떻게 어머니들의 한결 같은 꿈이 자기 딸이 교사가 되는 게 꿈이란 말입니까? 학생들의 꿈이 일자리에만 매달리는 나라는 꿈이 없는 나라입니다.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우리나라 영어 교육이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보다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영어를 20년이나 배워도 대화 한 마디 못하는 교육이나, 졸업하면 단 한 번도 쓸모가 없는 미적분으로 인생의 서열을 메기려는 교육은 죽은 교육입니다. 외국에 어학연수나 유학을 다녀와야 영어를 할 수 있는 교육은 있는 집 자식들을 위한 교육입니다.
20년 동안 영어를 가르치는데 어떻게 말 한 마디 못하는 교육을 시킬 수 있답니까.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도 무섭지만 이렇게 한 번 정해 놓으면 절대 바꾸려고 하지 않는 교육제도도 그에 못지않게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제발 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 박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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