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지 근처 생산란 대형마트서 판매 중단
가격인상 불안에 주부들 추가 구매 서둘러
닭·달걀값 아직 안정세 장기화땐 폭등 우려
10일 방문한 이마트 왕십리점에 극신선란 판매 중단 공지가 붙어 있는 모습.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이승진 기자] 2016년 '달걀 파동' 이후 2년 8개월 만에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장바구니는 물론 식품업계에도 빨간 등이 켜졌다.
신선란 운영 중단한 마트
10일 오후 8시 서울 성동구의 이마트 왕십리점 달걀 판매대에는 극신선 달걀 '어제 낳아 오늘만 판매하는 계란'의 운영 중단을 알리는 공지가 붙었다. 해당 달걀을 생산하는 농장이 여주 AI 발생 지역 3km 이내에 위치해 예방 차원으로 산란계를 전량 살처분해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공급부족 현상은 없었지만 달걀 판매대에 고객들이 몰렸다. 40대 주부 주미령(가명)씨는 "평소 장을 보러오면 30개들이 달걀 한판을 사는데 오늘은 15개들이 상품을 하나 더 구매했다"라며 "혹시 달걀 가격이 예전처럼 하루아침에 두배씩 뛰어오르는 것을 대비해 미리 사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초반 AI가 처음으로 발생했을 당시에는 감염 우려로 닭고기, 달걀 소비가 급감하며 가격이 폭락했다. 하지만 AI가 '매년 찾아오는 손님'으로 인식되며 소비는 그대로 유지되고 살처분으로 인한 공급량만 줄어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6~2017년에는 산란계 36%가 처분돼 일부 지역에서 달걀 한 판(30개) 가격이 1만 원을 넘어서는 '달걀 파동'이 시작돼 미국에서 달걀을 공수하기도 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내식 수요가 늘어나, AI가 장기화할 때는 더 크게 가격이 오를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축량 늘리고, 산지 다각화
유통업계에서는 닭고기, 달걀 수급이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 선제대응에 나섰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가공 상품을 확대하고, AI 영향이 없는 경상도 지역의 농장 확보에 나서는 등 여러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계 역시 평소보다 닭고기 등이 들어간 가공식품의 경우 납품 물량을 늘려 일부를 보관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아직 공급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산란계와 육계 사육마릿수는 평년보다 각각 4.5%, 8% 많다. 육계 냉동 재고량도 41% 증가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닭고기 1kg 기준 10일 소매가격은 4999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00원 저렴하다.
식품업계 역시 과거 AI 대란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장기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방역을 강화하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아직 수급과 가격 등에 영향은 없지만 사안이 장기화되면 차질은 빚을 수밖에 없고, 다만 심각한 사태로 크게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A치킨 프랜차이즈의 한 가맹점주는 "아무래도 AI가 유행할 경우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치킨 주문이 다소 줄어드는데 연말 대목을 앞두고 걱정이 크다"며 "아직은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지 않았지만 장기화할 경우 부담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10일 방문한 이마트 왕십리점 달걀판매대 모습.
제빵업계가 가장 타격 커
크리스마스, 연말 파티의 주인공 케이크 특수를 기대한 제빵업계는 AI 확산에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해 케이크 매출의 10% 가량이 한번에 집중되다 보니 주재료인 달걀 가격이 오를 경우 손해가 크다. 달걀은 냉동 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사전 비축 물량을 사용할 수도 없어 산란계 살처분이 본격화될 경우 직격탄을 받는다.
SPC그룹 관계자는 "현재 AI 발생 농가는 계약 농가와 무관해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확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AI는 2주만에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북 정읍의 육용오리 농장을 시작으로 이달 들어 경북 상주 산란계 농장, 전남 영남 육용오리 농장, 경기 여주 산란계, 충북 음성 메추리 농장에서 연속 발생한 데 이어 9일 전남 나주 육용오리 농장에서 확진됐다. 11일에는 전북 정읍시의 한 육용오리 농장(약 1만7000마리 사육 규모)에서 고병원성 AI 의심 사례가 발견됐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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