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을 삶을 때, 물에 소금이나 식초를 넣으라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더 껍질이 잘 까진다거나, 풍미가 높아진다는 등의 이유가 따라오곤 한다. 사실, 이런 효과들은 크지 않다. 그럼, 소금과 식초는 달걀에 어떤 영향을 줄까?
◇식초·소금, 둘 다 깨진 껍데기 틈 새어 나오는 달걀 방지해소금과 식초 둘 다 냉장고에 있던 달걀을 급하게 삶아야 할 때 유용하다. 차가운 달걀을 바로 삶으면 온도 차로 달걀 껍데기(난각)가 깨질 수 있는데, 소금과 식초는 깨진 껍데기 틈 사이로 달걀이 삐져나오는 것을 막아준다. 경희대 조리 푸드디자인학과 윤혜현 교수는 "단백질은 평균 전하가 0이 되는 등전점에 잘 응고된다"며 "달걀 단백질인 오브 알부민 등전점은 pH 4.5라, 식초를 넣어 달걀 끓는 물을 산성으로 맞춰주면 흰자가 빠르게 응고돼 껍데기가 깨져도 새어 나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초가 아닌 레몬즙을 넣어 pH를 낮춰도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 김우정 팀장은 "소금은 끓는 점을 올려 흰자가 익는 시간을 앞당기면서 깨진 달걀 껍데기 밖으로 흰자가 나오는 것을 막아준다"고 했다.
효과는 식초가 더 뛰어나다. 식초나 레몬즙을 넣으면 단백질 응고 속도가 빨라, 달걀을 아예 깨 국자 위에 모든 내용물을 올려놓고 익히는 수란을 만들 때도 흔히 첨가되곤 한다. 다만, pH 4.5에 가까울수록 효과가 커져 간혹 완성된 제품에서 새콤한 맛이 날 수 있다. 산성도를 높이려면 1~2스푼 정도는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윤혜현 교수는 "소금은 물 1L에 58g 정도를 넣어야 끓는점 약 1도가 올라가 효과가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흰자 용출 없이 아주 깔끔하게 삶고 싶다면 소금과 식초나 레몬즙 모두 넣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소금 넣어도 달걀 껍데기 잘 까지진 않아소금은 달걀을 다 삶았을 때 조금 더 껍데기가 잘 까지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물이 이동하는 삼투압 현상 때문이다. 소금을 넣은 달걀 삶은 물이 고농도, 달걀 안쪽의 내용물이 저농도라서 물이 달걀 껍데기 안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때 흰자막과 달걀 껍데기 사이 간격이 생겨 껍데기가 더 잘 까지게 된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하다. 삼투압은 두 액체 사이에 생기는 현상인데, 달걀은 시간이 지나면서 응고해 액체가 아닌 고체가 되기 때문이다.
달걀 껍데기를 잘 까고 싶다면, 소금보단 삶자마자 차가운 물에 넣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윤혜현 교수는 "소금은 껍데기가 잘 까지는 효과를 내긴 어렵다"며 "삶자마자 차가운 물에 넣으면 온도 차로 삶아진 달걀이 살짝 수축하면서 달걀 껍데기와 달걀 사이 틈이 생겨 까기 쉬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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