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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녹차밭에 핀 섬진강 매화 - 김천령(바람흔적)

정부혜 2008. 4. 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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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퍼부을듯

우중충 찌푸린 하늘이 스산한 날이었습니다.

 

다압마을의 매화축제도 이제 한풀 꺽이지 않았을까

내심 기대하며 섬진강으로 갔습니다.

 

 

 

사람마다 기호는 다르나  봅니다.

다압마을을 번질나게 가다가

매화 축제를 하고 난 뒤로는 발길을 끊어 버렸습니다.

번잡한 걸 싫어하는데다

은은한 매화를 감상하기에는

시끌벅적함이 최대의 방해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개를 가기로 하였습니다.

강  건너 다압마을은 매화 구경꾼으로 도로가  마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19번 국도도 머지않아 벚꽃이 피면

거대한 주차장으로 바뀌겠죠.

 

벚꽃이 피기 전

이 한적함을

섬진강 봄내음에 맡겨 봅니다.

 

 

'화개'

겨울에 칡꽃이 피었다하여 화개라 불리게 되었죠.

김동리의 역마의 무대이기도 하죠.

맺어질 수 없는 계연과 성기의 칠불암 가는 길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로 기억되는군요.

 

 

섬진강에 한참  정신을 잃고 나서야

녹차밭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저문 섬진강은 보랏빛이라고

섬진강 시인은 노래하였지요.

저물지 않더라도 해가  떨어지면

섬진강은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나이 들어 꼭 살고 싶은 곳이 이곳  섬진강입니다.

 

섬진강에서 사랑하는 이를 우연히 만나는게 한 때는 로망이었습니다.

토지의 구천과 별당아씨가 사랑에 빠져 도망을 간 길도 이곳 어드메일 것입니다.

 

섬진강에서 만난 사랑은

기이한 운명 같은 것이더군요.

 

 

 

화개 야생차 하면

실은 쌍계사 주위 비탈의 차밭이 전부입니다.

최근에 화개뿐만 아니라

인근  악양의 산비탈에도 녹차를 재배합니다.

 

 

곡우가 지나면 여행자는 화개 수제차를 사러 오곤 합니다.

소중히 다루는 다기에는 차심이 빼곡이 박혀 있습니다.

 

매화나무 아래에서 차 한잔 어떨까요.

싱그러운 녹차밭에서 차를 마시다

매화 꽃 하나 찻잔에 떨어지면

매화차가 되겠지요.

 

 

예전에 저와 친구 둘, 셋이서

봄밤 매화가 흐드러지게 필 즈음 만나곤 했습니다.

술동이를 안고 말이죠.

달이 뜨는 날을 길일로 택하죠.

휘영청 둥근 보름달보다는 누이의 눈썹 같은 초생달 뜨는 날이 제격이죠.

 

 

매화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술잔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한문학을  전공한 친구가 한시 한 수를 뽑아내면

시를 쓰는 국문학 친구가 시를 짓습니다.

어줍잖게 역사를 전공한 나는

술만 연신 퍼붓습니다.

 

 

그러다 매화꽃이 자기 술잔에라도 떨어지면

행운을 얻은 이는 복에 겨워

술을 또 사오곤 하였지요.

밤새 마셔도 어찌 그리 즐거웠는지.

 

 

강옆의 산비탈이라 경사가 심합니다.

아이는 가픈 숨을 연신 내쉬면서도 묵묵히 잘 따라옵니다.

 

 

제딴에도 아름다웠는지 "우와"하며 얼굴이 환해집니다.

차밭 주인장의 "꼬맹이가 대단혀, 이 비탈길을 올라 오다니."

칭찬 아닌 칭찬에 아이는 어깨가 으쓱한가 봅니다.

 

 

그냥 좋았습니다.

말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봐도 좋았습니다.

 

 

용이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월선네의 주막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습니다. 

복숭아꽃과 개나리가 연두 빛깔의 수양버들과 함께 피었더군요.

 

비가 한 두 방울 내리기 시작합니다.

말로의 섬진강 노래가

조용한 강마을에 퍼집니다.

저문 섬진강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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