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노력의 대가로 얻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소소함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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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의 시집살이

정부혜 2009. 1. 23. 22:04

제 외할머니 얘기를 할까 합니다
시어머니 찬밥신세 이야긴데 쓸만한 곳이 없어서 그러니 양해를 좀 구하구요
길더라도 이해해 주세영^^

외할머니는 슬하에 1녀 2남을 두셨습니다
저희 엄마.큰외삼촌.작은(막내)삼촌입니다

며느리 둘이 (엄마)라고 부릅니다
숙모들 속사정까지야 알 수 없지만서도 한 번도 시어머니다운(미즈넷 글들 보면 별 분들이 다 있길래)행동을 하신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시골 어른들 세상 물정 잘 모르고 답답한 건 있지만)
속옷도 지금껏 혼자 빨래 하십니다
창피하고 쑥스러우신건가

각설하고 발단은 큰외삼촌네가 시골로 내려오면서부터입니다
12년전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지금은 할머니집(시골)에서 큰삼촌네와 함께 사십니다
8~9년 되었겠네요

큰외삼촌 결혼하자마자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살았습니다(한 5~6년)
큰며느리가 낳은 손자 손녀(장손들)가 얼마나 이뻤겠어요
같이 살기까지 했으니까
제가 어렸을 적 방학 때 시골 가면 우리 누구 우리 누구하면서 참 잘 챙기시드라구요
외손자는 손자가 아닌가 싶어 조금 서운하기도 했었습니다

큰삼촌네 애들 교육문제로 분가해서 서울가고 두분서 오손도손 사시다가 외할아버지 돌아가시고
할머니 혼자 사시던 와중에 삼촌 자영업이 잘 안되어서 시골로 내려 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근데 애들 학교 문제가 걸려서 시골로 다 못내려가고 애들만 우리집 옆에 이사오고 대신 할머니가 시골서 올라오셔서 뒷바라지를 하게 되었습니다(할머니집하고 우리집 2시간 거리)
삼촌 내외는 시골서 살게 되었구요
엄마는 매일 할머니 본다고 좋아하셨지요

어느날 무슨 문제로 엄마랑 외숙모랑 엄청 다퉜습니다
외삼촌하고 싸울 일인데 숙모가 먼저 나서서는 일이 더 커져버렸지요
동네 창피하게 싸우는 걸 제가 직접 목격했습니다
아놔 콩가루 집안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
(진짜로 콩가루 집안이 되어버림)
이게 불씨가 될 줄은

그 일로 얼마 안 되어서 삼촌 애들 데리고 시골 가버리고 할머니도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할머니 저희 집에 겨울마다 오셔서 있다 가시는데 삼촌은 못마땅해 하고 할머니 속을 박박 긁습니다
일년에 두세번 손수 농사 지으신 거 조금씩 보내주시는 것도 난리를 친다고 합니다
삼촌은 윽박지르고 숙모는 시어머니 감시하면서 고자질하고

친정이나 시댁이나 할머니댁이 시골인 분들은 아실겁니다
당신께서 자식들 좋은 거 먹으라고 보내주실려고 하시잖아요
하나밖에 없는 아픈 딸(울엄마가 젊었을 때부터 몸이 안 좋았음)그것 좀 해주면 어떠냐고 하면 할머니 푸념 듣지도 않는답니다

자기네들 먹을려고 밥 해 놓은 거 남은거 혼자 차려 드시고 설거지도 안해줘서 혼자 하시고
빨래(겉옷)도 세탁기에 넣어 놓으시면 할머니 것만 쏙 빼서 자기네들 것만 세탁한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엄마한테 전화를 항상 하는데(엄마는 전화 못함-삼촌때문에)그것도 삼촌 내외 밭에 나가고 없을 때만 하십니다
한창 통화하다가도 툭 끊으십니다
삼촌 보면 잡아먹을라고 한답니다
전화도 눈치 보시고 하시고 해서 핸드폰을 해드린다고 해도 싫다 하시고 지난 봄에 잠깐 오셨을 때 할머니방에 전화기기 너무 오래 되어서 좋은거(어른들 쓰기 편한 숫자 큰 거)사셨는데 그것마저 삼촌이 오더니 가져가버렸답니다
그래서 삼촌 없을 때 삼촌 방 몰래가서 통화하신답니다

이번에도 김장 전에 오셔서 얼마 전에 가셨는데 된장을 많이 가져오셨드라구요
된장 때문에 또 한바탕 하셨나봅니다
할머니가 된장 푸시는데 큰외숙모가 쑥 오더니 (엄마 그거 고모<울엄마>줄라고?)
큰소리로 삼촌 들으라고 얘기하더니 삼촌이 와서는 딸이 환갑이 다 되어가는데도 챙겨준다고
생난리를 치더랍니다(할머니 말로는 된장도 엄청 많지만 먹지도 않는다대요)
엄마가 욕심 많고 못된 것들이라면서 성질을 내고 어휴

막내(작은)삼촌은 이런 일을 잘 몰랐던 모양입니다
인천에서 사시는데 맞벌이 하시는데도 명절날 내려오려고 노력하고(할머니집은 남쪽끝) 매달 할머니한테 조금이라도 돈 부치고 명절날 못가도 돈 부치고
돈이 다가 아니지만 마음 씀씀이가 보이잖아요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마음이 없으면 10원도 아까운 법이니까요
막내삼촌 내외 두분 다 착하고 심성이 고와서(큰삼촌네랑 정반대)다행입니다만

이번에 엄마랑 할머니 인천 가서 엄마가 다 말하고 온 모양이드라구요
할머니 엄마한테만 말하고 동네방네 말해 봤자 누워서 침뱉기라고
삼촌 얘기 듣고 화내면서 다시는 시골 안가고 형한테 돈 안 줄거라고(명절 때 못 가면 큰외삼촌네한테까지 돈줌)말은 했다는데 엄마말은 저것이 순해서 지금만 저러지 그래도 형이라서 어떨란가 모르겄다 그러시더라구요

울집 오시기 전에 인천에서 곶감을 보내줬다네요
할머니가 좋아하시니까 잡수시라고
근데 어느 날 손녀딸(큰외삼촌막내딸)방에 들어가셨는데 곶감을 냠냠 먹고 있더랍니다(지금 애들도 같이 있음)
이거 어디서 났냐고 할머니가 물어보시니까 작은아빠(막내삼촌)가 보내줬다고 하면서 할머니한테는 곶감 달랑 하나 주더랍니다
(너는 나이를 얼루 처먹은거니 24살이나 먹고는 --^) 에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유일하게 손수 키운 손자들인데 말이죠
암튼 할머니는 어이가 없으셨다네요
알고 보니 할머니한테는 얘기도 안하고 자기네들끼리 먹을려고 입 싹 닫고 인천에서 시골로 전화해서 할머니 바꿔달라고 해도 거짓말하고 안계신다고 하고 바꿔주지도 않았답니다

울엄마는 할머니 불쌍타 난리고
할머니는 할머니 집에서 사시는데 기도 못 펴시고 눈칫밥 얻어먹고 홧병만 나시게 생겼어요
(이미 나셨지만)
며느리도 모자라 아들한테 구박 받고 은혜도 모르는 것들(손주들)도 할머니를 시큰둥하게 여기고

겨울에 항상 오시면 내가 더 오래 있다 가시라고 해도 가야지 하십니다
반겨주는 사람도 없는데 뭐하로 가세요 하면 그래도 우리집이니까 가야지 가야지 하십니다
불쌍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남겨놓으신 땅 거짓말 해서 자기네 것으로 다 빼돌리고 뼈빠지게 농사 지으셔서 버신 돈 서울 올라가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가져가고 내려와서는 할머니 사람 취급도 안하고 사는 사람들

생전에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나네요
(큰애들은 욕심이 너무 많으니까 조금만 비워놓고 해야 너도 좋고 형제들도 우애있고 지내고
안 그럼 망한다 망해)
세상의 이치를 어느 정도 깨달을 나이가 되면 선견지명이 생기나 봅니다
이런 일들이 있을 줄 알고 그러시는 건가
지금 하늘에서 통곡하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할머니가 겪은 일 한도 끝도 없지만 제가 조금이나마 대신 하소연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릴게요
저는 아직 Miss지만 젊으니까 며느리입장에서 미즈넷 글을 볼 수 밖에 없습니다만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도 도저히 해도해도해도 너무한 막장시어머니들이 있더만요
(보너스로 막장남편까지)
세상이 정해 놓은 도덕적 가치나 상식적인 기준선이 있잖아요?
보통 사람들은 모두 맞춰 살아가는데 간혹 또라이(막말죄송)같은 말이나 행동하는 사람들
분명한건 그 화살 다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지금 길고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가고 계시는 분들
무슨 일이던지 간에 힘내시구요
뿌린대로 거두고 인과응보입니다
정말 마지막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