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김수환 추기경님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아름다운 리더쉽 - 김수환 추기경님의 유머와 지혜
최성우 신부
1. 너무 기뻐서 아버지가 살아서 왔어요? !
어느 수도회의 사제 서품식이 있는 날이었다.
엄숙한 서품예절이 끝나고,
새 신부들에게 부모님들을 모시고 제대로 올라오라고 하셨다.
추기경님은 신자들에게 아들을 교회에 봉헌한 부모님들에게
박수를 쳐달라고 부탁하시며, 신부님들의 가족사항을 간단히 소개하신다.
이때가 추기경님의 숨겨진 카리스마가 나타나는 순간이다.
신자들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고, ‘나도 저 자리에 섰으면’ 하는
부러움이 느껴지게 만드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지루하지 않으면서 저토록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주교님을 아직까지 뵙지 못하였다.
한 신부님의 가족사항이 잘못 기재되어
추기경님께서는 수도회 측에서 준비한 내용대로
‘이 신부님은 어릴 적에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홀어머니 밑에서....’라고
소개를 하시다가 제대 아래쪽을 보니,
아버지로 추정되는 남성이 새신부의 어머니와 같이 서 있는 것이었다.
추기경님께서 ‘새 신부님의 삼촌이세요?’하고 물으셨다.
그러자 제단에 서 있던 남성이 ‘아버지입니다’하고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강론대에서 마이크로 대중들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는데,
아버지가 떡하니 서 있으니 난감한 상황이었다.
신자석에서도 제대에서도 긴장감이 느껴졌다.
추기경님께서 어떻게 말씀하실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신자들이 주목하고 있었다.
그 때 추기경님이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서품식이 너무 기뻐서 부활하여 오셨습니다’
라고 대답하시는 바람에 모두가 박수를 치면서 기쁘게 웃을 수 있었다.
2. 참말과 거짓말
김수환 추기경을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외국인들이 제법 있다.
그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고 계신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다.
‘추기경님께서 몇 개 국어를 하시는지’ 주교관 식당에서 여쭈어 본 적이 있다.
추기경님께서 ‘당신은 두개의 언어를 잘하는데, 그 말이 무엇인지 맞추어 보라’고 하셨다.
다른 신부님이 ‘추기경님이 영어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자주 뵈었으니
영어와 독일어가 아니겠느냐’고 추론하였지만
추기경님은 ‘아니다’라고 대답을 하셨다.
스무고개를 하듯이 ‘영어와 일어’, ‘우리 말과 영어’, ‘독어와 우리 말’,
심지어는 ‘라틴어를 소신학교때부터 배우셨으니
라틴어와 우리말’이라고 까지 하였는데 ‘전부 틀렸다’고 말씀하셨다.
추기경님은 웃으시면서 ‘나는 두 가지 말을 잘하는데 그게 뭐냐면
하나는 거짓말이고 다른 하나는 참말이야’라고 대답하셨다.
모두가 공감하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명답이었다.
사람 누구나가 참말과 거짓말을 하고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3. 김수환 추기경의 친화력
추기경님 스스로는 노래를 잘하지 못한다고 이야기 하시지만
노래를 불러야 할 자리가 되면 언제든지 흔쾌히 부르신다.
그런데 부르시는 노래가 늘 상황에 적합하여,
어쩌면 그렇게 절묘하게 선곡을 하시냐고 사람들이 재차 놀라곤 한다.
물론 교구청의 공식적인 직함은 아니지만
‘(가칭) 김수환 추기경님이 부르실 노래 선곡 위원장(?)’이 도와주시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추기경님을 뵙다보면 언제 연습을 하시는지,
그토록 바쁜 공식 일정 중에 언제 가사를 외우셨을까 싶어서 하는 이야기이다.
한 때 김수환 추기경님의 애창곡은 정지용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향수’였다.
젊은 사람들도 가사를 다 외우기 어려울 정도로 긴 노래였지만,
이 노래마저도 소화해 내셨다.
대단한 노력이지만 대중과 함께 하려는 친화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아마도 김수환 추기경님이 부른 노래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노래는
가수 김수희의 ‘애모’일 것이다.
KBS의 열린음악회에서 부르셨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추기경님은 ‘만남’, ‘사랑으로’ 등의 노래를 부르셨다.
4. 작은 것도 부풀려서 홍보하는 시대에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리더,
김수환 추기경의 이야기가 소년한국일보 등에 연재된 적이 있다.
추기경님은 지면에 소개된 그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너무나 거룩하고 착하고 위대해서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셨다.
작고하신 정채봉 시인이 추기경님의 위인전을 내고 싶다고 방문한 적이 있었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에게
추기경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추기경님은 단호히 거절하셨다.
그 이야기속의 사람은 내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당신은 위인전에 나올 만큼 아름답게 살지 않았다고 하셨다.
작은 것도 부풀려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이 시대에
자신의 모습을 낮추는 모습이 아름답고 존경스러웠다.
5. 가까이 하기에 어려운 듯해도 뵐수록 친근하고 든든한 리더쉽 -자상함
김수환 추기경은 영명축일을 맞이하는 신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주셨다. 예전에는 카드도 직접 쓰셨다고 하는데,
그만큼은 못하셨고 98년 무렵에는 전화를 주로 하셨다.
설마 추기경님이 전화를 하셨으랴 싶어, 전화를 받는 신부 중에는
‘네가 추기경이면 나는 교황이다’라고 전화를 끊었다가
앞서 온 전화가 진짜 추기경님의 전화라는 사실을 알고는
곤혹스러워 했다는 이야기도 제법 들었다.
'뉴스 여행 연예 > 오늘의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고 나면 신고부터? 교통사고 분쟁 급증할 듯 (0) | 2009.02.26 |
---|---|
환율 폭등..1,500원 돌파(종합) (0) | 2009.02.20 |
사랑하세요 (김수환 추기경 의 마지막 말씀) (0) | 2009.02.17 |
김수환 추기경 선종 (0) | 2009.02.16 |
올 연말 5천만명 실업.. 세계평화 위협 (0) | 2009.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