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노력의 대가로 얻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소소함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행복은 노력의 대가로 얻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소소함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지란지교(芝蘭之交) 자세히보기

뉴스 여행 연예/오늘의 뉴스

안철수, 결렬 3일 만에 단일화 유턴 '왜'

정부혜 2022. 3. 3. 18:06

[경향신문]
윤석열 지지선언하며 후보직 사퇴
“개인 손해 있어도 대의 따라야”

안 측 “정권교체 넘는 명분 없다 판단”
지지층 이탈·선거비용 보전 등 영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옹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원하는 다수 여론,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제3정당의 길을 내려놓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8시 국회에서 윤 후보와 함께 단일화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27일 단일화 결렬 이후 어떤 점이 변한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때 이후로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분들의 말씀을 들었다”며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몸을 던져가면서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고자 몸을 던진 사람이다. 대의에 따르는 게 개인적인 어떠한 손해가 나더라도 그 대의를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지난 27일 윤 후보와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이후 3일 만에 윤 후보와 손을 잡은 배경에는 정권교체 여론과 지지자들의 지지 철회 선언, 한자릿수 지지율 등이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 후보가 지난달 13일 윤 후보에게 여론조사 단일화를 제안하며 기자회견을 할 때까지만 해도 완주 의지가 컸다”며 “(정권교체에 대한)국민적인 염원이 없었다면 본인은 대선을 끝까지 완주하고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 후보가 실리보다는 명분을 중시하는 정치인이다보니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넘어서는 더 큰 명분은 없다는 최종 판단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와 가까운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안 후보 지지자들도 지지를 철회하는 등 여론도 좋지 않았다는 점도 안 후보가 단일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명진 목사,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 등 4명은 지난 1일 ‘안 후보가 대선 완주를 선언함으로서 단일화라는 시대적 사명을 져버렸다’며 지지 철회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지지율 10%를 넘지 못하면 선거비용을 전혀 보전받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이날 단일화 기자회견 직후 선대위 회의를 소집해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따르기 위해 제가 끝까지 완주해서 좀 더 나은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는 부분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안 후보는 이 대목에서 감정에 북받힌 듯 울컥하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안 후보는 이날 당원들에게도 “오직 더 좋은 대한민국과 시대교체를 열망하며 저의 단일화 결심에 반대하고 실망하신 당원동지 여러분께 우선 깊이깊이 사죄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 문자메시지에서 “우리 국민께서 명령하시는 정권교체 대의에 함께 해야 저와 당원동지들이 함께 열망하는 정치교체와 시대교체를 이룰 수 있으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민주화 이후 10년 주기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어떤 정권도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실망시키면 5년만에 교체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도 우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당장 눈 앞의 대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며 “한국정치 고질병인 승자독식, 증오와 배제, 분열의 정치를 넘는 국민통합정부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날 안 후보는 입각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원으로 입법활동을 했지만 그걸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적인 업무를 하지 못했다”며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실행력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각’을 고려하고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안 후보는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공동정부 국무총리를 맡게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도 이날 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선되면 한 분(윤 후보)은 대통령이 되시는 거고, 다른 한 분(안 후보)은 총리가 될지 아니면 다른 영역이 될지는 아마 그때 상황에서 두 분한테 ‘윈윈’되는 방법을 두 분이 편하게 논의하시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당대표,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등도 안 후보의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철수 정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안 후보에게 상당한 정치적인 부담이다. 안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한 바 있다. 선거 기간 완주 의사를 거듭 내비치고, “내가 왜 그 사람 뽑았나 손가락 자르고 싶다는 국민들이 대부분”이라며 거대 양당 정치를 비판해온 안 후보의 급선회도 입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