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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새’ 슬피우니, 노란 눈발 날리네

정부혜 2008. 11. 7. 10:14

‘으악새’ 슬피우니, 노란 눈발 날리네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8.11.06 18:36 | 최종수정 2008.11.06 22:19

 

요즘 제주도민은 몰려드는 관광객 맞이로 한껏 고무돼 있다. 미국발 경제위기로 해외여행을 계획하던 국내 관광객이 제주도로 행선지를 앞다퉈 바꾸고 있는 데다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대거 몰려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제주도 관광 종사자들의 고민이다. 그래서 너무 알려져 식상할 수 있는 한라산, 용두암, 돌하르방, 제주민속촌 외의 새로운 명소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그 가운데 하나로 깊어가는 가을에 억새가 눈발처럼 날리는 거문오름을 꼽고 있다. 화산섬의 원시성을 간직한 거문오름은 제주의 자연과 영욕의 역사가 서린 곳이다. 최근에는 관광객의 눈높이를 맞춘 유리테마공간, 요트 체험공간 등이 앞다퉈 들어서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화산의 원시성을 지닌 거문오름=지난해 6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은 제주도 용암동굴의 근원지와 원시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후 5.6㎞ 구간을 트레킹 코스로 개발하자 웰빙족들이 즐겨 찾는다. 태곳적의 음산한 검은 기운이 감도는 곳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거문오름은 약 28만년 전에 폭발해 현무암질 화산 활동과 함께 높이 화산체를 형성했으며 분화구로부터 막대한 양의 용암을 분출했다. 이 용암류가 흐른 자리는 '선흘곶'이라고 불리는데 자연림이 울창하면서도 특이한 화산지형을 이루고 있다.

늦가을인 요즘 오름 입구인 선흘2리 마을을 출발해 오르다 보면 억새밭이 바람에 파도처럼 철썩이는 장관을 연출해 방문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잰걸음으로 빽빽한 삼나무 숲을 경유해 중간지대에 오르면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장관과 예쁘게 자리 잡은 형형색색의 리조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분화구 내부에 들어가 보면 TV 자연다큐멘터리에서나 본 듯한 정글 속을 연상시키는 원시림이 어지럽게 눈에 들어온다. "제주도에 이런 곳도 있구나!" 하는 감탄과 유네스코가 왜 이곳을 국내 유일의 자연유산으로 지정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이곳은 생물의 보고로 불린다. 난·온대 식물이 혼재하는데 삼나무, 붓순나무, 식나무뿐 아니라 주름고사리, 쇠고사리, 주걱비름, 가시딸기 등을 볼 수 있다. 빼곡한 자연림은 피톤치드 성분도 많아 삼림욕장으로 개발할 계획이라는 것이 안내자의 설명이다.

거문오름 일대는 고난과 비극으로 뒤엉킨 제주 근대사를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와 4·3사건의 슬픔과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만든 갱도진지는 일본군이 최후의 전쟁기지로 삼았던 역사현장이기도 하다. 이곳을 관리하는 조천읍 선흘2리 김상수 이장은 "방문객 편의와 자연림 보호를 위한 펜스를 설치하는 등 관리를 제대로 한다면 제주도의 자연과 역사를 한눈에 체험할 수 있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도 찍고 제대로 감상하려면 4시간가량 소요된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하루 탐방객 수를 평일 100명, 주말 200명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예약이 필수다. (064)782-5479

◆중문 앞바다에서의 요트 체험=영화의 한 장면처럼 바다 위 요트에서 파티를 즐기고,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이 중문단지 내에 있는 마린파크다. 선상에서 바라보는 천연기념물 제443호 주상절리 대의 검붉은 돌기둥이 빚어내는 비경은 '예술'이다. 바다 위를 떠다니며 일행과 와인을 즐기며 선상낚시도 할 수 있어 이국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사랑을 고백해야 하는 연인이나 결혼기념일 행사를 준비하는 부부의 예약이 몰리는 곳이다. 날씨와 관계없이 사계절 문을 연다. www.y-tour.com 1544-2988

◆동심과 환상의 세계 '유리의 성'=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지난달 개장한 '유리의 성'은 유리 작품 천지라 할 만하다. 이탈리아 유리공예 작가 피노 시뇨레토, 디노 로신 등 세계적인 유리 공예가의 고가 작품들이 관람객의 눈을 호사스럽게 한다. 잭과 콩나무 이야기, 유리색채 벽, 물고기떼, 악수하는 유리글라스. 1만5000여장의 유리로 이어진 성벽은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한다. 유리의 발견과 역사, 세계 각국의 유리 제품 발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유리 제품 만들기 체험행사도 가능하다. www.jejuglass castle.com (064)772-7777

◆문 여는 'The 馬 Park'=말의 고장인 제주도의 특색을 살린 테마형 관광명소가 26일 개장한다. 라온랜드㈜가 한림읍 월림리 일대에 조성하는 'The 馬 Park'는 개장과 함께 칭기즈칸의 일대기를 마상 공연으로 연출해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위대한 영웅 칭기즈칸의 탄생과 성장, 사랑과 전쟁을 한편의 대서사시로 엮은 '칭기즈칸의 검은 깃발'은 50인의 몽골 기마예술단원이 야외공연장에서 펼쳐보이는 최초의 기마전쟁 드라마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 8월 초순 몽골 현지에서 공연단 선발과 마필 반입을 마치고 막바지 개장 공연 리허설이 한창이다. (064)795-8080

제주=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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