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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생명 결정권’ 인정…윤리·종교적 논란 커질듯

정부혜 2008. 11. 28. 22:24

환자 ‘생명 결정권’ 인정…윤리·종교적 논란 커질듯

한겨레 | 기사입력 2008.11.28 20:01


[한겨레] '존엄사 국내 첫 인정' 의미와 전망
불필요한 연명치료 포기땐 의료진도 수용해야
전문가들 "안락사와 구분"…제도논의 신호탄


28일 서울서부지법의 존엄사 허용 판결은,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생명에 대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인공호흡기 등 기계장치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더는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가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의사 표시를 하거나 평소 이런 뜻을 보여 왔다면, 이런 치료의 포기를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 안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는 등 앞으로 '불필요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윤리적·종교적·사법적 측면 등에서 많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존엄사와 관련한 여론은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치료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이고,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10월 국립암센터 조사에서 응답자의 87.5%가 연명 치료가 의미가 없을 때 존엄사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2004년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다.

대한의사협회도 2001년 제정한 '의사윤리지침'에서 '의학적으로 불필요하고 환자나 가족들의 동의가 있다면 불필요한 연명 치료의 중단은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담은 바 있다. 의협의 이런 움직임은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이 병원 의사 2명은 환자 가족의 요구에 따라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던 환자를 퇴원시켰다가 환자가 숨져, 살인방조 혐의로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04년 6월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됐다.

이번 판결로 '안락사'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숭덕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엄밀히 보면 안락사는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환자의 죽음을 돕는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번 사례는 환자 스스로는 호흡이 곤란해 숨질 수 있는 상태에서 이미 인공호흡기 등 인위적인 기계장치에 의존하는 것과 같은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안락사와는 구별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락사'와 '연명 치료의 중단'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구분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번 판결이 존엄사를 허용하면서도 여러 엄격한 전제 조건들을 둔 만큼, 관련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 과정에서도 논란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가족부도 제도 정비를 위한 법적 검토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으겠다는 견해를 밝혀,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숭덕 교수는 "이번 판결은 의미 없는 연명 치료 등 생명에 대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 논의의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며 "제도적인 안착을 위해 의료계, 종교계, 윤리계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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