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바람 살랑살랑
혜암 손정민
살랑살랑 나부끼듯 일렁이는 바람결이
살포시 가슴으로 파고더니
저질스럽고 색깔 짙은
삼류소설 같은 글을 한 번쯤 써보려다가
표현하기가 꽤나 무겁고 조심스러워서
결국은 글 쓸 마음을 접고 말았네요
오늘처럼
날씨마저도 눈이 아리도록 화창한데
아지랑이 같은 봄 향기가 앙가슴으로 스멀스멀
남심(男心)을 마구마구 흔들어대니
어느새 내 마음도 싱숭생숭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숨이 찬 지팡이가 미워서
싱숭거리는 마음을 다스리며 꾹 참고 있는데
화사한 여인이 속삭이는 눈빛처럼
싱그런 봄바람이 기어이 가슴을 풀어헤치니
잔뜩 썽이 난 채로 숨바꼭질하던 봄은
내 심장을 옥죄며 온몸을 덮치고 있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멋쟁이로 예쁜 그녀는
지금쯤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야속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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