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노력의 대가로 얻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소소함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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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정취/아름다운글과 詩

사랑 글

정부혜 2018. 6. 8. 00:26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원태연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렇게 따뜻하고 눈물이

나올 만큼 나를

아껴줬던 사람입니다.

우리 서로 인연이

아니라서 이렇게 된 거지,

눈 씻고 찾아봐도

내겐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따뜻한 눈으로

나를 봐줬던 사람입니다.

어쩜 그렇게

눈빛이 따스했는지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살아도

이 사람은 이해해주겠구나

생각들게 해주던,

자기 몸 아픈 것보다

내 몸 더 챙겼던 사람입니다.


세상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사랑해 주었던

한 사람입니다.

내가 감기로 고생할 때

내 기침 소리에

그 사람 하도 가슴 아파해

기침 한 번 마음껏 못하게

해주던 그런 사람입니다.


지금 그사람

나름대로 얼마나

가슴 삭히며

살고 있겠습니까?

자기가 알 텐데.

내가 지금 어떻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수 없을 텐데.

언젠가 그 사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멀리 있어야 한다고,

멀리 있어야 아름답다고.


웃고 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내가 왜 웃을수 없는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 사람과 하도 웃어서

너무너무 행복해서

몇 년치 웃음을

그때 다 웃어버려서

지금 미소가

안 만들어진다는 걸.

웃고 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인연이 아닐 뿐이지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사람 끝까지

나를 생각해주었던

사람입니다.

마지막까지

눈물 안 보여주려고

고개 숙이며

얘기하던 사람입니다.

탁자에 그렇게 많은

눈물 떨구면서도

고개 한 번 안들고

억지로라도 또박또박

얘기해 주던 사람입니다.

울먹이며 얘기해서

무슨 얘긴지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 사람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알 수 있게 해주던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렇게 따뜻하고

눈물이 나올만큼

나를 아껴주었던

사람입니다.


우리 서로 인연이 아니라서

이렇게 된거지,

눈 씻고 찾아봐도

내게는 그런사람

또 없습니다.

인연이 아닐뿐이지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정말 내게는

그런 사람 없습니다.




그대가 있음으로 - 박성준



어떤 이름으로든

그대가 있어 행복하다


아픔과 그리움이 진할수록

그대의 이름을 생각하면서

별과 바다와 하늘의 이름으로도

그대를 꿈꾼다


사랑으로 가득찬 희망 때문에

억새풀의 강함처럼

삶의 의욕도 모두

그대로 인하여 더욱 진해지고

슬픔이라 할 수 있는 눈물조차도

그대가 있어 사치라 한다


괴로움은 혼자 이기는 연습을 하고

될 수만 있다면

그대 앞에선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고개를 들고 싶다


나의 가슴을 채울 수 있는

그대의 언어들

아픔과 비난조차도 싫어하지 않고

그대가 있음으로 오는 것이라면 무엇이나

감당하며 이기는 느낌으로

기쁘게 받아야지


그대가 있음으로

내 언어가 웃음으로 빛난다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그대 제가 사랑해도 되나요 - 김태광



눈부신 햇살 속 그대 모습

왜 그리 슬퍼 보이나요

또 그 사람 생각나셨나요


그대, 제가 사랑해도 되나요

온종일 창 밖의 비만 바라보는 모습

왜 그리 가엾어 보이나요

또 그 사람 걱정하시나요


그대, 제가 사랑해도 되나요

드라마를 보다 까닭 없이 흐르는 눈물

왜 그리 힘겨워 보이나요

떠난 그 사람과의 사랑

추억하긴 못내 아쉬운가요


그대 정말 미안해요


제가 그런 그대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그이가 당신이예요 - 김용택



나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알고도 나의 사람으로 남아 있는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이 당신입니다

나의 가장 부끄럽고도 죄스러운 모습을 통째로 알고 계시는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 분일 터이지요

그분이 당신입니다

나의 아흔아홉 잘못을 전부 알고도 한점 나의 가능성을

그 잘못 위에 놓으시는 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이일 테지요

그이가 당신입니다

나는 그런 당신의 사랑이고 싶어요

당신의 한점 가능성이 모든 걸 능가하리라는 것을

나는 세상 끝까지 믿을래요

나는,

나는 당신의 하늘에 첫눈 같은 사랑입니다.




기 도 - 김옥진



소유가 아닌 빈 마음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받아서 채워지는 가슴보다

주어서 비워지는 가슴이게 하소서

지금까지 해왔던 내 사랑에

티끌이 있었다면 용서하시고

앞으로 해나갈 내 사랑은

맑게 흐르는 강물이게 하소서


위선보다 진실을 위해

나를 다듬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

바람에 떨구는 한 잎의 꽃잎일지라도

한없이 품어 안을

깊고 넓은 바다의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바람 앞에 스러지는 육체로 살지라도

선(善)앞에 강해지는 내가 되게 하소서

크신 임이시여

그리 살게 하소서


철저한 고독으로 살지라도

사랑 앞에 깨어지고 낮아지는

항상 겸허하게 살게 하소서 크신 임이시여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녁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사랑의 전설 - 원태연



얼음나라 공주님과 불의 나라 왕자님은

더 이상 이대로

바라만 보고는 살 수 없다는 생각 끝에

단 한번 서로를 만져볼 수 있는 것으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대신하고자 약속했습니다

"다음엔 당신과 같은 모습으로 태어나겠어요."

한 걸음씩 서로의 손끝이 가까워질수록

얼음나라 공주님은

온몸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고

다가가고 있는 왕자님의 몸은

조금씩 식어가고 있었습니다

"어서요 망설이지 마시고...어서요."

공주님의 아픈 눈물에

왕자님이 멈칫 망설이고 있던 시간에

이미 공주님은

여전히 눈물되어 흐르고 있는 작은 손끝만을 남긴 채

나머지 몸은 눈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대여 다음엔

당신과 같은 몸으로 태어나

영원히 안아주겠소 약속하오."

녹아 흐르는 작은 손끝을 잡아보려

공주님의 눈물 속으로 뛰어든 왕자님의 몸은

차츰 식어갔고

조금씩 조금씩 작은 양초가 바람에 꺼지듯

왕자님의 모습은

더 이상 불을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이 둘의 사랑을 지켜보시던

하느님의 눈물이

몇날이고 몇날이고 그칠 줄 모르고 흘렀고

끝내 마주잡아 보지 못한 둘의 손 끝에 맻힌 한을

안타깝게 생각한 하느님은

공주님과 왕자님의 소원을 들어주셨습니다

얼음나라 공주님은 불의 나라 공주님으로

불의 나라 왕자님은 얼음나라 왕자님으로…….




가사랑은 피지 않고 시들지 않는다 - 유미성



사랑은 피지 않고 시들지 않는다

지금 누군가 그대 곁을 떠나려 하고 있다면

그 사랑은 이미 오래 전에

그대 앞에서 꽃망울을 터트렸을 것이다


단지 그대의 무관심이

그대의 어리석음이

그 꽃의 아름다움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켜내지 못한 것이다


결코 사랑은 시들면서

그대가 내어준 척박한 마음의 땅을

그대가 돌보지 않은 꽃봉오리를 두고

원망의 눈짓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잎이 무성한 가을 나무가

겨울 바람에 순종을 하고 벌거숭이가 되듯

마음 속의 미련마저도

소리없이 놓아 버리고 떠나가는 것이다


그대는 그리움이라는 회병안에

떨어진 꽃잎을 다시 주워 담으려 할지 모르지만


그대 앞에서 한 번 피어올랐다

시들어 버린 마음의 꽃은

두 번 다시 그대 앞에서

같은 모습으로 피어나지 않는다


사랑은 피지 않고 시들지 않는다

결국 이별의 아픔이란

그 사랑의 소중함을 알아차리지 못한

어리석은 당신의 몫일 뿐이다.




'사랑해'라는 말 - 길강호



사연 많은 세상을 살아가며

서두르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랑의 상처가 깊은 이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찰라같은 세상을 살아가며

망설이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다시 없을 것 같은 이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꿈결같은 세상을 살아가며

아끼지 말아야 할 것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쏟아 부어야할

'사랑해'라는 말입니다.


한번뿐인 이 세상을 살며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답니다.

'사랑해'라고 말할 용기를 내는것.

그 사람 없이 사는 고통을 견디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 유미성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애절한

말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보고싶다는 말보다

더 간절한

말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벗어나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숨어 있던

그대만을 위해 쓰여질

그 어떤 말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대만을 위한

아주 특별한 고백을

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난

오늘도 여전히 그대에게

사랑한다는 말밖에는

다른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보고 싶다는 말밖에는

그 어떤 그리움의

말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늘

언제나

그대에게 쓰는 편지의 시작은


사랑하는...

보고싶은...


하지만 그 마음 너무나도

따뜻한 그대이기에


그대를 위해 쓰여진

내 평범한 언어들은

그대 마음속에서는 ..별이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가 됩니다




천원짜리 러브레터 - 유미성



너에게 편지를 썼어

조폐공사 아저씨들이 알면

큰일나겠지만


천 원짜리 지폐에

깨알같은 글씨로

너의 안부와 나의 마음을 적었어


그 돈으로 편의점에 가서

담배 한 갑을 샀어


언젠가 그 돈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거쳐

혹시나 네 손에 들어가게 되면


어느 날 네가 카페에서

헤이즐럿 커피를 마시고 받은

거스름돈 중에

혹시나 그 돈이 섞여 있어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그랬다면


너 돌아와 줄래

운명이라 생각하고

그 돈으로 영원히……

내 마음을 사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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