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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신 차질 빚는데 대통령의 ‘짧고 굵게’ 믿을 수 있나

정부혜 2021. 7. 13. 11:03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수도권 특별방역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초강력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사과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를 핵심으로 하는 고강도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대해 어제 “봉쇄(lock down) 없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강도 조치로, 짧고 굵게 상황을 조기에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국민께 조금 더 참고 견뎌내자고 당부드리게 돼 대단히 송구한 마음 금할 수 없다”며 사과했다. K방역을 자화자찬한 지 12일 만의 사과다.
 

모더나 백신 14시간 만에 예약 중단 사태
국민 납득 힘든 황당 방역조치도 수정해야

무엇보다 2주일간의 강력한 조치로 짧고 굵게 끝내겠다는 대통령의 공언이 현장에서 제대로 먹혀들지 벌써 의구심이 제기된다. 4단계 조치로 확진자를 크게 줄이려면 봉쇄에 준하는 강력한 방역 조치는 물론이고 델타 변이 속도를 앞지르는 백신 접종 속도전이라는 두 축이 맞물려 착착 굴러가야 한다.
 
그런데 가뜩이나 물량 부족으로 또다시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백신 접종의 차질이 현실이 되고 있다. 12일부터 시작한 55~59세 대상 모더나 백신 예약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중단됐다. 당초 이번 예약은 어제부터 17일까지 6일간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26~31일에 진행할 접종 물량이 금세 소진되면서 예약 시작 14시간 만에 중단된 것이다. 대상자가 몰리며 서버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모더나는 정부의 백신 확보 전략 실패가 도마 위에 올랐던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이 스테판 방셀 미국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통화까지 하며 “2000만 명분을 확보해 공급 시기를 2021년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겼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그 백신이다.
 
하지만 9일까지 국내에 들여온 모더나 백신은 누적 23만2500명분에 그쳤다. 이는 정부가 당초 발표한 물량의 1.2%에 불과하다. 백신이 제때 들어오지 못하면 예약 차질로 이어져 백신 보릿고개가 더 길어질 수 있다. 델타 변이가 빠르게 퍼지는데 1차 접종자는 전체 인구의 30.4% 수준이고, 지난 11일 하루 신규 백신 접종자는 겨우 400여 명 증가했다.
 
급작스럽게 격상된 4단계 방역 조치도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됨에 따라 에어로빅·줌바댄스 등 배경음악의 경우 규제가 황당할 지경이다. 예컨대 음악 비트가 110bmp인 BTS의 ‘버터’는 틀어도 되고, 120bmp를 넘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안 된다는 식이다. 버스와 지하철의 콩나물시루는 방치하면서 택시 탑승은 사적 모임 대상으로 분류해 오후 6시 이후에는 3인(기사 제외) 이상 탑승을 금지해 논란이다.
 
당국은 황당한 방역 수칙이 왜 필요한지 근거를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국민이 수긍하기 어려운 탁상행정식 방역 규제는 현실성 있게 속히 수정해야 한다. 4차 대유행 와중에 국민이 ‘길고 강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하려면 백신과 방역이 동시에 제대로 작동하도록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