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REPORT : 지방선거 이후 대선주자 기상도 ◆
기상도에 비유하면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은 '쾌청' 상태다. 그간 그의 행로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마디로 파란만장이다. 국회의원을 거쳐 최연소 민선 서울시장에 올라 재선까지 했지만, 시장직을 걸고 도전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험로에 들어섰다. 대학 강단과 해외 체류 등을 거쳐 2016년 총선에서 명예 회복을 외치며 서울 종로에 출마했지만 낙선한다. 2019년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에 도전했지만 이 또한 실패한다. 2020년 총선에선 서울 광진을에 나섰지만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에게 지면서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에서 승리해 재기했고 이번 지선에서 여유 있는 승리를 거두며 '4선 시장'이란 타이틀과 함께 완전하게 부활했다. 그는 벌써부터 여권의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국민의힘이 대선과 지선에서 연거푸 승리했지만 1년 전만 해도 당원들을 결집시킬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는 당이었다. 결국엔 갓 검찰을 떠난 윤석열 대통령을 영입해 대선을 치렀다. 현재도 국민의힘 상황은 마찬가지로 보인다. 대권 잠룡을 꼽을 수는 있지만 '유력'이란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정치·행정 경험이 있는 데다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위상을 가진 서울시장에 네 번이나 당선된 오 시장에게 눈길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더구나 그는 이번 지선에서 본인의 선거뿐만 아니라 서울의 구청장 선거, 시의회 선거도 이끌었다. 결과는 4년 전 24대1로 민주당에 크게 뒤졌던 구청장 자리는 국민의힘 17석, 민주당 8석으로 바뀌었다. 민주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던 시의회도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됐다. 서울 시정뿐만 아니라 당내 위상도 탄탄해질 수밖에 없다.지난 2일 당선이 확정된 뒤 오 시장은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굳힌 것 아니냐는 질문에 "너무 성급한 말씀이다. 저한테는 굉장히 사치스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좀 더 가속도를 붙여서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중한 입장 속에 시정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다.
향후 대선을 향한 행보와 관련해 오 시장 선거캠프에 몸담았던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말하기에는 너무 성급하다. 오 시장은 선거 내내 대선과 관련한 질문이 있을 때마다 사치스러운 생각이란 표현을 해왔다"고 강조하면서 "이제야말로 오 시장이 서울시민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드리느냐 아니냐에 따라 정치인 오세훈의 앞으로 입지는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부동산 문제 해결에 시동을 걸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향후 1~2년 동안 어떤 성과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그동안은 여소야대의 서울시의회 상황이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격이었다면 이제는 제대로 된 운동화를 신은 셈이다. 잘 뛰는지는 오롯이 오 시장 몫으로 남았다. 성과에 따라 4년 뒤 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할 것인가, 아니면 그다음 해 열리는 대선 준비에 들어갈 것인가, 또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가 달려 있는 것이다.
이제 '1선'이 된 이재명 의원은 '흐림' 상태다. 대선주자라는 위상 자체는 유지했지만 지선·보선 결과로 큰 상처를 입었고 향후 험난한 길로 들어섰다. 격랑의 주인공이 된 것.
당초 민주당 텃밭으로 통하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뛰어들 당시에는 보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고, 수도권 등의 지선을 진두지휘하면서 승리로 이끌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이 때문에 1인2역을 하는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또 지방선거 뒤에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하고 이어 당내 세력을 구축하면서 차기 대선을 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른바 '문재인의 길' 재현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현역 시장이 나섰던 인천시장 선거에서 패했고 충청의 광역단체장을 모두 국민의힘에 넘겨주면서 참패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이 의원은 인천 계양을 보선에서 이기긴 했지만 압도적인 표차가 아니다. 무명에 가까운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거둔 결과치고는 초라하다. 지난 3월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상대로 0.73%포인트의 석패를 한 상황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다.
당내에서는 이 의원의 보선 출마가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고 "상처뿐인 영광"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 등 이 의원의 책임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친문(친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나왔다. 일각에선 이 의원이 되레 쇄신의 대상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며 '대선주자' 위상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민주당에 구심점이 없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해산했고, 8월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임시 지도부가 꾸려져야 한다. 당내 주류인 586그룹은 퇴진을 요구받았다. 또 '명심' 반영이란 평가를 받은 김동연 당선인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극적으로 이기면서 이 의원에게 숨통을 틔워준 셈이 됐다. 물론 경기도 승리에 이 의원이 기여했는가를 놓고 오히려 김 당선인의 '이재명 거리 두기'가 효과를 본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럼에도 수도권 전패를 막았고 이 의원이 직전 도지사였던 경기도를 지켜냈다는 점은 이 의원에게 미약하나마 명분을 줄 수 있다.
만약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졌다면 리더십 상처가 상당 기간 이어졌을 것이지만, 이기면서 기사회생한 셈이고 대선주자로서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게 됐다. 2일 이 의원은 당선 인사에서 "전체 선거가 예상됐던 대로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제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쇄신과 개혁을 내세우며 당 대표에 출마할 것인지가 당면 고민으로 남았다. 그는 최근 당 대표 도전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친명(친이재명)계로 통하는 한 민주당 의원은 "당권 도전을 말리고 싶다. 당분간은 휴지기를 갖는 게 좋다"면서 "책임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당내 반발이 있을 것이고, 당권을 잡더라도 생각한 대로 당을 바꾸고 쇄신하는 데 힘이 실리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친명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권을 갖지 못한다면 다음 총선(2024년)에서 친명계 의원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할 수도 있고 이 의원이 고립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벌써부터 책임론을 주장하며 또다시 '졌잘싸'를 외치는 거냐고 비판하는 친문과 이에 반발하는 친명 간 갈등이 노골화되고 있다. 다만 당 자체가 리더십 '공백' 상태라는 점이 주목된다. 상처 입은 리더십 회복과 당권 도전이란 과제가 그의 앞에 놓여 있다.
보선를 통해 세 번째 금배지를 달면서 국회에 재입성한 안철수 의원의 기상도는 '구름 조금'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으며 윤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그는 '총리 자리' 대신에 의원직 도전을 선택해 성공하면서 국민의힘 안에서 세력화를 도모할 기회를 잡았다.
다만 몇 가지 고민할 상황이 있다. 그가 당선된 지역은 경기 성남분당갑이다. 국민의힘 세가 강한 지역이다. 계양을과 같은 험지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기에 이곳에서의 당선이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예상대로 민주당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또 그는 지방선거운동 기간 내내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보궐선거 출마의 명분이 경기도지사 선거를 비롯해 수도권 선거를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경기도지사를 놓쳤다. 안 의원으로서는 '반쪽 승리'다. 승리의 효과를 오롯이 누릴 수 없는 여건이다.
이제 국회에 입성한 그에게는 다음 발걸음이 관건이다. 내년 6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고 그 이후 다시 대선에 임할 것이라는 게 국민의힘 안팎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는 2일 향후 당권에 도전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의정활동을 위한 준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답을 대신했다. 역시 신중한 반응이었다.
국민의힘 안에서 자신의 세력을 만들기 위해 필수인 '배지'를 단 그는 향후 여권 내 세력 구도, 대선 경쟁에서 변수임에는 분명하다. 이미 수차례 대선에 출마해 어느 정도 득표력을 보여줬고, 3월 대선 막판에 윤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함으로써 정권교체에 기여했다.
그러나 그는 합당을 통해 국민의힘 일원이 된 인물이다. 그간 이준석 대표와는 여러 갈래의 갈등과 신경전을 벌인 전력이 있다. 또 윤석열정부의 실세가 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의 관계 설정도 과제다. 안 의원이 당권 장악과 당내 세력 구축에 성공하면 여권의 차기 대선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그 앞에 놓인 과제다.
김동연 당선인은 축구로 치면 극장골을 넣었다. 0.15%포인트란 '초초박빙'의 승리를 거두면서 단숨에 체급이 높아졌다. 그의 기상도는 '맑음'이다.
3월 대선에 출마(막판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와 단일화를 했다)했을 때에는 그저 '대선 출마자'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젠 진정한 대권 잠룡의 반열에 올라섰다. 민주당에 불리한 지방선거 여건 속에서도 '윤심'을 등에 업은 김은혜 후보를 가까스로라도 꺾었다는 점, 최대 광역자치단체 수장이자 전통적으로 대선 잠룡으로 꼽혀온 경기도지사가 됐다는 점 등이 이유다.
또 민주당 입장에서는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압승 속에서 최대 승부처로 꼽힌 경기도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체면을 차렸고, 윤석열정부 견제론의 불씨를 살렸다. 김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이던 지난달 24일 지지를 호소하면서 "민주당을 심판하시더라도 종자가 될 씨앗만은 남겨달라"며 "민주당의 변화를 만들어낼 씨앗이 되겠다. 새 정부의 오만과 독주를 견제하는 버팀목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도 성향으로 민주당 색채가 옅다. 향후 벌어질 민주당의 변화 과정, 당내 세력 간 충돌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또 경제부총리 등 풍부한 행정 경험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아직은 미약한 인지도와 유권자들의 인식을 키워야 '잠룡' 이상의 반열에 올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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