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는 도구인 수저와 젓가락은 항상 세척하고 청결히 하면서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 도구는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음식도 피부에 양보하는 시대에 말이다. 메이크업 브러시와 파운데이션 스펀지가 세균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다. 화장품 자체의 유분과 피부의 피지가 뒤섞인데다 공기 중의 미세 먼지까지 가세한 그들은 이미 위험 물질. 여드름 고민에 아무리 토너로 소독하고 피부과 시술을 받고 케어해도 소용없을지 모른다. 며칠 세탁하지 않은 메이크업 퍼프가 피부에 닿는 순간 이미 게임 오버니까.
실제로 화장대에 널려 있는 메이크업 도구들을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하나의 세균 덩어리로 보일 만큼 엄청나게 오염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매일매일 세척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다음을 주목하라. APT 위생 검사 장비로 화장대에 놓여 있는 브러시와 퍼프들의 위생도를 실제로 측정해보았다. 1일 경과, 3일 경과, 일주일 경과까지 시간이 갈수록 얼마나 많은 세균이 득실거리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라.

APT 위생 검사 장비
검사 대상의 총 유해 세균 수를 측정하여 위생 상태를 판별해주는 기계로 수치가 높을수록 세균 수가 많은 것을 의미하며 30까지는 정상으로 분류한다.
테스트 툴
메이크업 브러시와 파운데이션 스펀지 등 총 9개 품목의 화장 도구를 분리된 상자에 담아 평상시에 쓰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일주일 동안 사용했다. 총 9개의 검사 대상은 모두 3회씩 측정했으며 1일 경과, 3일 경과, 일주일 경과로 나누어 측정했다. 습도와 측정 시간 등 모든 조건은 동일하게 유지했다.기획 유지연 |

파우더 퍼

일주일 동안 사용한 파우더 퍼프에서 측정된 유효 세균 수 210
11>46>210
생각보다 유분기가 많은 파우더 퍼프의 경우 3일 경과까지는 정상 범위를 조금 벗어나는 정도였으나 일주일이 경과하자 유효 세균 수가 꽤 많았다. 다른 화장 도구에 비해 사용 횟수가 현저히 많기 때문에 그만큼 공기 중 노출 빈도도 높고 외부에서 사용할 경우 얼굴에 묻어 있는 세균과 미세 먼지를 그대로 흡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치 210은 책상 서랍 속에 흩어져 있는 문구류를 측정했을 때의 수치와 같은 수준이다.

전문가 조언 파우더 퍼프 자체가 얼굴의 피지를 흡착해 보송보송하게 만들어주는 화장 도구이기 때문에 세균의 먹이가 되는 피지와 유분을 가장 많이 포함하고 있는 도구. 그만큼 오염될 확률도 높은데다 워낙 자주 사용하는 도구니 피부 트러블의 가장 흔한 원인이기도 하다. 특히 고체로 된 팩트의 경우 내장된 퍼프를 사용하고 파우더 위에 바로 올려놓는 것은 삼가야 한다. 퍼프뿐 아니라 파우더도 변질시킬 수 있기 때문. 아예 분리된 것을 사용하거나 필름 같은 막으로 분리해 보관하는 것이 좋다.기획 유지연 | 포토그래퍼 김경숙 |

파우더 브러시

일주일 동안 사용한 파우더 브러시에서 측정된 유효 세균 수 93
21>38>93
보통 파운데이션을 한 후에 파우더나 블러셔를 바를 때 사용하는 파우더 브러시는 물기가 많은 제품을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유효 세균 수가 적었다. 하루나 이틀 정도까지는 정상축에 속했으나 일주일 이상 경과하자 세균 수가 크게 증가했다.

전문가 조언 가루 타입에 주로 사용하는 파우더 브러시는 손으로 탁탁 털어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한 가지 제품만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제품을 오가면서 사용하는 도구이다 보니 주의가 필요하기도 한데, 특히 장마철이나 공기 중의 습기가 많은 곳에 방치해둘 경우 브러시 사이의 제품과 습기가 흡착되어 세균이 번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파우더 브러시는 천연모일 경우가 많은데, 사용 후 여분의 잔여물을 깨끗이 털어내고 브러시 전용 클리너나 클렌징 워터 등으로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세척하는 것이 좋다.기획 유지연 | 포토그래퍼 김경숙 |

립 브러시

일주일 동안 사용한 립 브러시에서 측정된 유효 세균 수 840
115>325>840
측정 대상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립 브러시와 아이라이너 브러시. 한번 사용하고 나서는 제품이 엉기거나 딱딱하게 굳어 사용감면에서도 좋지 않기 때문에 잦은 세척이 필요하다. 특히 립 브러시의 경우 어떤 화장품보다도 발색을 위한 기름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세균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식사한 후 바로 메이크업 수정을 할 때 묻어나는 음식물 등으로 인해 한 조사에서는 립 브러시에서 황색포도상구균까지 검출되었다고 한다. 이는 식중독을 유발하는 세균이다.

전문가 조언 잘못 관리했을 경우 결막염이나 입술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도구. 아이라이너 브러시의 경우 사용 후에 바로 굳으므로 차후 사용시 눈에 가루가 떨어지거나 자극이 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전용 세제가 아니더라도 립 & 아이 리무버로 간단하게 세척할 수 있으니 다른 것은 몰라도 립 브러시와 아이라이너 브러시만큼은 매일매일 세척하길 권한다.기획 유지연 | 포토그래퍼 김경숙 |

메이크업 브러시

3일 동안 사용한 메이크업 브러시에서 측정된 유효 세균 수 160
56>160>554
유분이 많은 리퀴드 파운데이션 등을 사용할 때 쓰이는 메이크업 브러시는 겨우 하루만 지나도 이미 정상 범위를 벗어난 수치를 보여 충격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인 세균 번식을 보였는데, 554 정도의 수치는 씻지 않은 맨손이 89, 얼굴이 30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라고 한다.

전문가 조언 파운데이션이나 컨실러 등 수분 함량이 높은 제품은 특히 피부 표면의 피지와 흡착되어 오염될 확률이 높다. 피부에도 어느 정도의 항균 능력이 있어서 면역력이 좋지 않을 때를 제외하고는 직접적인 피해를 미칠 가능성이 적지만, 여드름성 피부거나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는 심각한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리퀴드 제품을 바르는 브러시는 흔히 천연모가 아니라 합성모일 가능성이 높은데, 합성모의 경우 천연모보다 세균에 취약하기 때문에 사용 후 바로 세척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 파운데이션 브러시는 완전히 말리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므로 사용하기 직전에 세척하여 물기를 최대한 없앤 후 사용한다.기획 유지연 | 포토그래퍼 김경숙 |

메이크업 스펀지

일주일 동안 사용한 메이크업 스펀지에서 측정된 유효 세균 수 580
45>208>580
측정 대상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인 메이크업 스펀지. 바닥에 놓여 있는데다가 리퀴드 타입의 파운데이션이 깊숙이 스며들어 세척해도 완벽하게 깨끗해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일주일 경과한 메이크업 스펀지의 경우 많은 사람의 손이 닿는 지하철 손잡이의 유효 세균 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전문가 조언 메이크업 스펀지는 절대 같은 면을 두 번 이상 사용하면 안 되는 가장 위험한 도구에 속한다. 스펀지가 파운데이션만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피부 표면의 피지를 함께 빨아들여 세균의 먹이가 되는 물질이 가장 많이 묻어 있기 때문. 이는 특히 세균에 의한 모낭염을 유발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사용한 뒤 바로 세척하는 것이 좋고 몇 번 세척하고 나서 형태가 흐트러질 때쯤에는 버린다. 매일 세척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사용한 면을 가위로 절단해 쓰는 것도 방법이다.기획 유지연 | 포토그래퍼 김경숙 |

아이래시 컬링

일주일 동안 사용한 아이래시 컬링에서 측정된 유효 세균 수 248
33>59>248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이 아니라고 방심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매일 사용하는 아이래시 컬링의 경우 의외로 많은 세균이 검출되었으며, 특히 족집게의 경우 1150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와 경악스러웠다. 손톱 끝을 다듬는 데 사용하는 버퍼의 경우도 159라는 무시 못 할 수치가 나왔다.

전문가 조언 아이래시 컬링의 경우 마스카라가 속눈썹의 모근 쪽에 붙어 안구에 흡착되기 쉬우니 더욱 주의해야 한다. 사용 전에 알코올을 묻힌 화장솜으로 살짝 닦아주면 안심. 피부가 변성되어 굳어진 것이 손톱이므로 손톱을 가는 용도로 쓰이는 버퍼에는 세균의 먹이가 되는 피부 조각이 들러붙어 있는 셈이다. 그러니 습기가 닿을 경우 세균 번식의 우려가 높은 것이 당연하다. 특히 피부에 염증성 여드름이 있는 경우 이 같은 미용 도구를 사용하면 상처 부위에 감염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다.기획 유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