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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추억의 오락프로

정부혜 2008. 9. 11. 07:24

<예능> 추억의 오락프로
By 바나나형님

요새 예능 프로그램의 약진이 눈에 띈다. 물론 이전에도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가 많았지만,
<무한도전>의 활약으로 예능의 위치가 한층 격상되어진 기분이다. 전통의 강자, <무한도전>
이외에도 성공적 모방작 <1박2일>, 마니아층을 확보한 <명랑히어로>, 리얼의 또다른 변주곡
<우리결혼했어요>, 그리고 급부상한 예능계의 콜라주 <패밀리가 떴다> 등이 요새 인기있는
예능 프로그램 들이다.

미니리뷰> 패밀리가 떴다가 떴다. <1박2일>에 한없이 밀리던 일요일이 좋다 팀의 야심작이라
불릴 만 한 프로그램인데, 사실 이 <패밀리가 떴다>는 예능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잘 만들어져서
전설이 아니라 지금까지 대한민국 예능이 창조한 거의 모든 공식과 설정을 다 가져다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패밀리가 떴다>를 예능계의 콜라주, 혹은 오마주의 미학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리얼 캐릭터 쑈는 <무한 도전>
시골의 1박2일 체험은 <1박2일>
남녀 섞여서 자다가 메가폰으로 깨우고 유재석 앞에서 잠결에 문제 맞추는 것은 <동거동락>
5초안에…, 몇 번 정답? 의 레파토리도 <동거동락>
온갖 게임들은 <엑스멘> 아침댄스 타임도 <엑스멘>의 댄스 신고식을 연상시킨다.
순위싸움은 <동거동락>과 <무한도전>의 짬뽕
장단점 공개는 <무한도전>의 롤링페이퍼와 <당연하지>의 복합

이처럼 이미 성공한 전례를 충실히 따르는 <패밀리가 떴다>는 짜집기 투성이라 좋은 평가는
내려주지 못하겠지만, 재미는 있다. 미니리뷰 끝.

필자가 지난 10년간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명 에피소드들을 간추려
말씀드려 보겠다. 워낙 유명했던 프로그램들이라 다들 아실지 모르겠다. 특히 하나의
에피소드가 어떻게 그 뒤로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역사의 연속성’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이실 분들도 계실 것이다.

자, 그럼 달려봅시다!


1. 상상 플러스
상상플러스는 다들 아시다 시피 케베쑤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으로, 초창기 댓글쑈 비스무리한
토크쑈로 시작했다가, 우리말 나들이 <올드 앤 뉴> 꼭지로 큰 인기를 얻었던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인상깊게 봤던 회는, 아나운서 노현정 오렌지인지 한라봉인지를 통째로 믹서기에
갈아서 엠씨들에게 주던 장면이 있는 부분이었다. 딱부러지고 냉정하고 도도하던 노현정
아나운서가 믹서기 하나 쓰지 못하고 쥬스를 엉망으로 만들어 이병진에게 내밀면서 그동안
쌓아놨던 카리스마를 무너뜨려 버렸다. 그것 말고도 쥐포인지를 다 태워 먹고 이휘재에게
내밀며 ‘제발 놀리지 말고 그냥 넘어가 줘’ 라고 말할 듯이 애가 타는 눈빛으로 쳐다 볼때도 재밌었다.

아나운서 하나 두고 약간 떨어지는 엠씨들이 모여 말장난을 하는 컨셉은 <상상 플러스>에서
<무한도전 아하!>로 이어졌고, <무한도전>의 전설이 시작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상상 플러스>는 대한민국 예능계에 작지 않은 족적을 남겼다고 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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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정은 정말 가는 건 못하더라...




2. 공포의 쿵쿵따! – 평생 맞기 편
강호동, 유재석, 이휘재, 김한석이 모여 끝말잇기 게임을 하던 <공포의 쿵쿵따>. 한 때 대한민국에
쿵쿵따 신드롬을 만들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었다. 강호동이 유재석 얼굴에 수박을 뿌리던 장면,
재밌는 엉덩이 발사 놀이~, 목욕탕 바가지 뒤집어 쓰고 둥글게 둥글게~, 유재석의 가슴노출 사건 등
스치고 지나가는 에피소드들은 많지만 한가지 특출난 것을 꼽아 보자면,

‘강호동의 핸드폰 안테나로 평생 맞기’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당시 잠깐 엠씨들 끼리 딱지치기를
했었는데, 내기를 하기 좋아하는 강호동이 핸드폰 안테나로 때리기를 벌칙으로 내세웠고, 승부는
시작되고 말았다. 그런데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강호동은 유재석에게 자꾸 졌고, 한대 두대로 시작했던
벌칙이 가공할만 한 ‘평생맞기’로 커지고 말았다.

강호동은 또 거기서 져버렸고, 유재석은 당당히 언제든지 강호동을 핸드폰 안테나로 때를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하고 말았다. (안테나 없는 요즘은 할 수 없는 벌칙이다)

이 에피소드에는 특이할 만 한 점이 몇 가지 있다. 그냥 잠깐 재미삼아 한 딱지치기 아이템이 다른 것을
다 뒤엎고 방송분량을 확보한 ‘리얼성’, <1박2일>에서 자주 보여지는 강호동의 우기기와 협상 전략,
그렇지만 언제나 일을 더 크게 만들어 패가망신하는 모습등은 훗날의 예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또, 유재석의 즉흥적인 상황극과 재치가 크게 빛을 발해 <무한도전>에게 이어졌으니 정말 간과할
만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요새 이름을 좀 얻은 정준하의 매니저 ‘최코디’ 최종훈이 이 <쿵쿵따>의 벌칙맨이었었다는 것을
기억하시는 분? 필자는 그가 처음 <무한도전>에 나왔을때  알아봤다는 것이 뿌듯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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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군 면제의 이유는...? 뚱뚱해서! 전문용어로 체중오바! 이때 유재석의 한마디,

'연기도 오바, 체중도 오바, 인생이 오바!'



3. 토크박스 – 붙였어요 편
대한민국에 토크열풍을 몰고 왔던 <서세원 쑈>의 <토크박스>. 서세원은 이 프로그램으로 말미암아
카메오 잔뜩 끌어다 쓴 영화 하나 촬영했다가 망해 버렸고, 그 뒤로도 커다란 후유증을 앓게 되었다.
필자가 아는 어떤 사람도 ‘토크박스’란 이름의 술집을 차렸다가 쪽박을 차게 되었을 정도로 운 없는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미안하다, 별로 상관없는 얘기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 중에 크게 이름을 알리게 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에게는
이 <토크박스>의 은혜를 어찌 다 말로 설명 하겠나? <토크 박스>의 수혜자 중 최고를 뽑으라면
컨츄리 꼬꼬와 유재석일 것이다.

컨츄리 꼬꼬는 그저그런 가수로 데뷔했지만, 이 <토크박스>를 통해 입담과 재치를 널리 알리게 되어,
지금까지 예능계에서 목에 힘주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유재석은 또 어떤가? 기껏 ‘메뚜기’ 정도로
알려져있던 무명의 한 개그맨이 국민엠씨의 반열에 오르게 된 시발점이 바로 이 <토크박스> 아니던가?

유재석의 ‘토크’들 중에 기억남는 것은 여기 천원어치~, 신성우 팬에게 당한 굴욕, 찍새와 함께 꿇어 등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그 중 필자를 바닥에 구르게 만들었던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어느날 유재석이 여름에 수영장에 갔었는데,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가게 되었더란다. 큰 일을 마치고 손에
든 두루마리 휴지로 뒤처리를 하려고 했는데, 그만 휴지가 밑으로 퐁 빠져 버리고 손에는 휴지 한조각만이
남게 되었다. 한장가지고 뒤처리를 하기에는 크기가 너무 작았고, 그렇다고 그냥 수영복을 입을 수는 없었던
유재석. 그래서 그는…’붙였다.’ 그 한장을 거기에다.

유재석이 뻘쭘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붙였어요…’ 했을때 그 상상을 초월한 반전에 필자는 그냥
데굴데굴 구르고 말았고, 다른 많은 시청자 분들도 비슷했을 것이다. 거기서 유재석은 주목받게 되었고,
그 뒤로 그는 조금씩 실력을 쌓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강엠씨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나중에
‘뭉쳤어요’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역시 ‘붙였어요’의 파괴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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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꽤 잘나갔었지...호일이 아자씨는 요새 뭐하고 사시나?


4. 동거동락 – 유재석의 둘리춤
메뚜기 춤, 쪼아 춤과 더불어 유재석의 삼대 댄스라고 부를 수 있는 ‘둘리댄스’. 그때 당시 유행하던
‘서바이버’ 형식의 리얼쑈가 대한민국에서 재해석된 <동거동락>에서 선보여진 전설적인 댄스였다. 당시
유재석은 엠씨였고, 그는 새벽마다 먼저 일어나 메가폰으로 참가자들을 깨운 다음 그들을 냉혹한 퀴즈의
심판대에 올려놓는 것이 임무였다.

그러던 어느날, 유재석은 다들 자려고 누운 참가자 앞에서 ‘요리보고, 조리보고~’ 둘리 노래에 맞추어
앙증맞은 댄스를 추어야 했고, 그는 춤을 다 춘 다음 자려고 누우면서 ‘어이그, 먹고 살려고 내가…내가
먹고살려고…’ 중얼거렸었다. 그러나 그때 그는 알고 있었을까? 이 둘리춤이 자신을 대표할 아이콘이 될 줄?

<동거동락>이 대한민국 예능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만만치 않다. 이 프로그램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끼친 영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고정들과 게스트들의 묘한 조화속에 갖가지 게임, 그리고 편안한 단체
복장의 컨셉은 <엑스맨>으로 이어졌고, 메가폰 기상, 이상한 퀴즈쑈는 <패밀리가 떴다>에 계승되었으며,
결정적으로 유재석이란 예능인의 진행스타일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아시다 시피 유재석은 어수선할 정도로 뒤섞어 중구난방인 연기자들 속에서 같이 까불다가 정리하는
스타일로서, <동거동락>, <엑스맨>, 현재의 <무한도전>도 다 같은 스타일이다. 그 유재석이 확고하게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던 것은 <동거동락> 덕분이었다. (정확히는 최진실의 힘? 최근 공개된 사실이다.)

거봐라, 예능의 역사도 연속성을 띤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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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의 엠씨로서의 기량을 한껏 볼 수 있었던 동거동락!



5. 인정사정 볼 것 없다 – 단체 볼링공 굴리기.
필자가
<무한도전>의 리뷰 에서 주장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원조론을 아시는가? <무한도전>의 지존타입,
그러니까 쫄쫄이 입고 괴상한 도전을 하는 컨셉의 시초가 바로 이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들어 있었다.
그 후 <유재석과 감개무량>, <지존무상>등을 거쳐 <무한도전>이 완성되었으니 이 프로그램의 공은 지대하다
할 수 있다.

아무튼 지상렬이 대리석에 헤딩하는 장면이나, 남창희가 검은 쫄입고 도망치다가 미식축구선수에게 나가
떨어지던 모습, 겨우 1승 올리고 지급받은 여고생의 유니폼 등 여러가지 명장면들이 있지만, 필자가 떠올리는
가장 웃기는 장면은 바로 볼링대결 편이었다.

국가대표 볼링 선수들과 벌인 한 판 승부! 당연히 유재석을 위시한 쫄멤버들은 상대가 안됐고, 하다하다가
결국 쫄멤버들이 우르르 달려가 한꺼번에 볼링공을 굴리는 기행을 선보이게 되었다. 레인 하나에 볼링공
서너개가 굴렀지만, 공끼리 서로 부딪히는 바람에 오히려 더 엉망이 되던 그 모습. 필자는 그 처절함에
웃을 수 밖에 없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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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도전의 시초였다. 오래된 프로라 사진은 걍 무도초창기 것으로 대체.




6. 해피 투게더 – 가아스으미…뻐렁쳐!
나왔다. 이게 바로 오늘 필자가 썰을 푼 이유다. 예능 매니아 사이에서 아직도 회자되는 전설의 명작!
아마 대한민국 예능계에서 영원히 빛나게 될 신화급 에피소드! 오바한다고? 필자 이 에피소드를
수십번 봤지만, 볼 때마다 웃겨 죽으려고 그런다. 처음 볼때는 정말 웃다가 숨이 막혀 죽을 뻔 했고.

배우 이광기를 필자는 그전에 <태조 왕건>에 나오는 ‘신검’ 역할을 하는 것을 눈여겨 보았었었다. 그때만
해도 그냥 사극 배우구나 라고 생각했었었다. 그 이광기와 박예진, 그리고 박선영이 등장한 ‘해피 투게더
시즌 1’의 한 장면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재미를 몰고 왔었다.

우선 이광기. 쟁반 노래방 하기 전부터 이미 말귀 못알아 듣고 횡설수설 하며 신동엽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주었었다. 그러던 그는 쟁반 노래방이 시작되자 무차별 웃음의 융단폭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광기가 맡은 부분인 ‘가슴이 저절로 부풀어 올라’의 짧은 가사 하나를 못외워 자꾸 틀리면서 한 번은
‘가슴이 뻐령쳐!’라는 국적불명의 괴성을 지르기도 했으며, 도무지 진행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서 딴 세상 말을 하곤 했다. 코를 풀어 신성한 숟가락 통에 던져 넣기도 하고, 박예진의 창법에서
전혀 문제를 찾지 못할 정도로 주위를 둘러보지 못했다.

또 박예진은 어땠는가? 김민처럼 대놓고 음치가 아닌 대신에 갑자기 음이 꺽이고 넘나드는 괴상한
창법의 소유자다. 거기다가 남의 소절 음을 얼굴색 하나 안바뀌고 자기 부분에 대입시켜서 부를 정도로
음에 감이 없었고, 그것이 엄청난 웃음을 안겨주었다.

이 두사람이 번갈아 가며 사고를 치는 동안에 스튜디오는 초토화 되었고, JJ 쟁반 쟈키 아저씨는
눈물을 흘렸으며 엠씨와 게스트들은 땀을 뻘뻘 흘릴정도로 웃다가 기진맥진 할 지경이었었다. 신동엽은
그 사건(?)이후 이렇게 웃어본 적이 없었다며 이광기에게 고정하겠냐는 말까지 했었다.

필자가 말로 설명하니까 별로 재미 없을 것 같겠지? 실제로 보시길 바란다. 보장한다. 미치도록 웃을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들을 쭉 보신 분들은 언젠가 부터 배우 이광기란 사람이 조금씩 예능에 얼굴을 비치기
시작했음을 알 것이다. 예능인 이광기를 가능케한 것이 이 전설의 <해피투게더> 에피소드였다.

또, 요즘 <패밀리가 떴다>에서 박예진이 보여주는 모습도 그 당시의 캐릭터와 연결선상에 있다는 것을
상기해 볼때, 정말 보통 파급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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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시간에 대놓고 자는 이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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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가 떴다에서 제발 그녀에게 노래 좀 시켰으면 한다.


한동안 민족 어쩌고 까불다가 다시 가벼운 주제로 돌아오게 되었다. 필자는 예능을 사랑한다. 예능은
골치아프고 답답한 세상살이에서 필자의 하루를 장식해 주는 멋진 텔레비젼의 한 장르다. 어느 시대나
그 시대를 풍미하던 예능 프로그램들이 있었고, 또 그 프로그램들은 후대의 프로그램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세상에는 <무한도전>처럼 선구자적인 작품이 있는가 하면, <패밀리가 떴다>처럼 대놓고 베끼면서 웃음만
강조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예능인 여러분들이 더욱 분발해서 필자의 뱃가죽을 요동치게
만들어 주길 간절히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