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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장터에도 불어닥친 'R의 공포'

정부혜 2008. 11. 21. 18:53

시골장터에도 불어닥친 'R의 공포'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8.11.21 17:18


20일 '능주 5일장'이 서는 화순군 능주면 관영리. 막 추수를 마친 농한기라 북적거릴 것으로 예상됐던 시골장터는 그러나 한적함마저 감돌았다.

저마다 팥이며 콩 등 손수 농사지은 물건을 머리에 이고지고 모여 들던 시골장터 모습도 옛말이었다. 경기침체의 여파가 시골장터까지 파고든 것이다.

"새벽부터 나와도 물건 다 팔고 들어가기 어렵제라."
박순화(61·여)씨는 20여년간을 이곳 능주장에서 배추, 무 등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팔아왔다.

그는 오전 6시부터 배추 80폭과 무 20단을 들고 나와 시장 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반나절을 추위에 떨면서 수중에 쥔 돈은 겨우 7만원 정도.

그는 "작년만 해도 배추 200폭은 팔고 들어갔는디 올핸 배추값도 떨어졌는디 사는 사람이 없어라"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그의 눈은 구경하는 손님에 고정돼 연신 "배추가 달디 다요 잡사보고 가시오"를 외쳤다.

박씨는 "7~8년전까지만 해도 능주장이 서면 시장 입구로 들어가는 길 밖까지 상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장터를 찾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했는디 이제는 시장안에도 비어있는 점포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려운 경기 때문에 능주시장의 점포의 30%정도가 문을 닫았고, 타지역까지 명성이 자자했던 '소전'과 '어물전'은 아예 사라졌다.

능주시장에서 20년간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변영준(72)씨. 오전 7시에 문을 연 가게가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마수걸이도 못했다고 한다.

그는 "보시다시피 손님이 없응께 기계 돌릴 일도 없다"며 "작년에는 장날이믄 하루 20만원씩은 했는디 올해는 하루 1만원 벌고 말 때가 태반이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맘 때 쯤이면 너나나나 할 것 없이 고사리고 시래기 말린 것이고 들고 지고 나와 팔았는디 요즘은 직접 지은 농산물 파는 사람도 보기 드물다"며 "직접 농사 지어갖고 팔아도 남는 것이 없으니 싼 물건을 사가지고 들어와 파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변씨는 "지원을 받는 도시 재래시장들도 장사가 안된다고들 야단인디 시골장터까지 찾아올 사람이 어딨다요"라며 "10년 이상 같이 장사했던 사람들도 많이 떠났다"고 말했다.

북적이는 시골장터의 풍경은 사라져가고 있지만 시골 인심만큼은 그대로였다. 장터내 군데군데 피워진 모닥불은 찾아오는 손님들의 추위를 덜어주고 싶은 상인들의 따뜻한 배려였다.

'물건 안사도 좋다'며 불 좀 쬐고 가라고 가는 손님의 옷자락을 잡는 상인들의 모습에서 정겨움 넘치는 시골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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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제휴사/ 무등일보 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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