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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 강간 인정은 판사의 소신 덕?

정부혜 2009. 1. 17. 17:22

부부간 강간 인정은 판사의 소신 덕?

 

외국인 아내를 성폭행한 40대 남편 L모(42)씨에 대해 법원이 특수강간죄를 물으면서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금 껏 단 한번도 접하지 못했던 판결인 데다 부부간 성폭력에 대해서도 형량이 무거운 특수강간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 때문이다.

법원이나 검찰은 그동안 부인을 성폭행한 남편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하기는 했지만 강간죄를 묻지는 않았다.

강제추행 혐의의 경우 3년이하의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기도 하지만 강간죄의 경우 그렇지 않다. 형법상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지고, 이번 사례 처럼 성폭력 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특수강간죄의 경우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부산지방법원이 이번에 부부간 성행위에 대해 강간 혐의를 인정한 것은 왜 일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 사건 재판을 맡은 고종주 부장판사의 신념과 소신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

법조계에서는 강간죄로 보호하려는 것이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면 부부 간에도 당연히 이를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부부간 강간죄 적용'에 찬성하는 쪽과 부부관계의 특수성과 민법상 동거의 의무(배우자의 성관계 요구에 응해야한다) 등을 내세워 강간죄 적용에 반대하는 쪽으로 양분돼 있었는데 고 부장판사는 전자의 입장에 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 판사는 특히 검찰이 피의자 L 모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하자, 공소내용이 잘못됐다는 지적과 함께 L씨에 대해 특수강간 혐의로 공소를 변경할 것을 주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판결 내용에 대한 호(好), 불호(不好)를 떠나 이번 판결이 우리사회에서 점차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부부간 성폭력 범죄'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바람직한 성 문화 정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한편 부산지법 제 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16일 필리핀인 아내(25)를 흉기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특수강간)로 기소된 L씨에 대해 징역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국과 가족을 떠나 오로지 피고인만 믿고 온 타국에서 언어까지 통하지 않아 힘든 처지에 놓인 피해자를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펴야 함에도 갖은 고초를 겪게 하고 부당한 욕구를 충족하려 정당한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무시하고 흉기로 위협한 점은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가스총과 과도로 피해자를 위협해 성관계를 가진 죄질로 볼 때 엄벌해야 하지만 범행을 모두 시인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점, 피해자 역시 적절한 의사소통 노력을 게을리 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라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L씨는 결혼정보회사의 소개로 2006년 8월 필리핀에서 지금의 부인을 만나 결혼한 뒤 4개월간 동거하면서 2008년 7월 부인이 생리중이라며 성관계를 거부하자 흉기로 위협,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윤재섭 기자/is@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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