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인터뷰
땡볕에도 따릉이로 이동하며 '땀 흘리는 당대표'
"내년 대선 지난번 같은 혼란 없다..외부변수에 휘둘리지 않겠다"
내년 대선 구체적인 이야기 하지 못하는 후보 도태될 것
당외주자 8월 말 이전 입당해, 당원과 교감해야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금보령 기자] 승용차를 탔으면 늦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 한남동에서 국회의장과 점심을 한 그는 지하철과 따릉이를 타고 국회에 도착했다. 약속 시간을 10분 넘겼다. "늦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셔츠가 땀에 젖었다. 파격의 주인공, 36세 제1야당 대표는 신선하게 등장해 노련하게 대화를 주도했다. 화제는 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와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한 전망이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인터뷰는 윤 전 총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하기로 한 29일보다 이틀 앞선 27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윤동주 기자 doso7@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내년 대선을 준비하면서 세운 원칙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2017년 대선 때 겪은 혼란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반기문’이라는 외부 변수에 휘둘려 아무것도 못 하고 패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특정 대선주자를 영입하는 데 대표가 활발하게 나서지 않으려 한다. 당이 매력적이라면 영입하려 하지 않아도 올 것이고, 매력적이지 않다면 무릎을 꿇어도 안 올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이 될까.
▲더 이상 여의도 정치에서 ‘구체적이지’ 않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도태될 것이다. 제가 서울시장 선거 때 그런 트렌드를 읽었는데, 박영선 후보는 인공지능(AI)이나 4차산업, 삼투압 등 피상적 단어를 열거하더라. 이런 것들이 젊은 세대에게 조소의 대상이 된 것이다.
-구체적 지식이 요구된다는 것인가.
▲구체적 지식에서 나올 수 있는 게 즉문즉답이다. 사안에 대한 이해가 해박해야 견뎌낼 수 있다. 외부에 있는 분들이 걱정되는 게, 이 분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질문을 받아왔을지다. 법조 경력 있으신 분들은 정보를 흘려주고 기자들이 취재하는 형식의 질문을 겪었지만, 국민이 묻고 싶어 하는 것을 대신 질문하는 정치부 취재는 얼마나 다른지 과연 이 분들이 아실까. 그래서 서두르라는 것이다. 8월 말 버스 출발론을 얘기하면 8월 말 이틀 전쯤 들어오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모습은 국민에게 안 좋게 비칠 것이다. 대선 일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8월말론’인 것이지, 그전에 (입당해서) 당원들과 교감하고 당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윤동주 기자 doso7@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바깥 주자들을 걱정하는 말인가.
▲당 밖에 계신 분들이 시간을 알차게 쓰신다면 당에 들어오든 아니든 크게 걱정 안 한다. 그런데 뭐하고 계신 건가 하는 우려가 든다. 누구를 만났다 해도 저분을 왜 만나나 싶을 정도로 별 의미 없는 분들을 만나고 있다. 세상의 명사를 만나 기사라도 나와야 할 텐데, 그냥 제가 평가하자면 ‘누구세요’라는 분들과 접선을 이어가 진심으로 걱정이 들었다. 당 밖에서 시간을 끌면 지지율이 유지되겠거니 하는 사람도 제가 보기에 안타깝고, 당 안에서 누구를 저격하고 있으면 결국 나만 남아 대선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황당한 일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원 투표 50%룰 때문에 외부 주자들이 입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건 자신감의 문제라고 본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 비율이 9대 1이었어도 내가 이겼다. 당원이 두려워 당에 못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제 생각에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국민의힘 당원의 경우 샘플링 문제가 있었지만 젊은 당원들이 늘었고 이들의 투표율이 높기 때문에 당원 투표가 오히려 재미있을 것이다.
-바깥 주자들이 입당하면서 특혜를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 안에 계신 분들에게는 어떤 서비스도 가능하다. 그런데 당 밖에 계신 분들에게 특혜를 제공했는데 만약 입당 안 하면 제가 무슨 꼴이 되는가. 입당에 특혜는 필요 없다. 당비를 깎아줄 수도 없고, 해줄 게 없다. 입당 조건에 특혜를 거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바깥 주자들이 경선룰과 관련해 어떤 조건을 요구할 수도 있지 않은가.
▲요구를 하면 검토해보겠다. 그런데 모든 요구는 공식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요구하는 순간 국민들이 우습게 볼 것이다. 5대 5면 안 들어오고 7대 3이면 들어가겠다고 한다면 그게 대선주자인가, 장사치인가. 저는 시험제도 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 치고 결과 좋은 거 보지 못했다.
-바깥 주자의 입당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결국 대선 직전까지 몰릴 수 있지 않겠나.
▲대선 전 1~2개월까지 (선거운동을) 진행할 수 있는 조직력과 자금을 갖췄던 이는 대한민국 역사상 안철수·정몽준밖에 없었다. 대선은 비용이 500억원씩 든다. 만일 (이 시점까지 버틴 바깥 주자가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하다가 우리 당 후보를 내지 못하면 저 개인은 물론, 당이 치명상을 입는다. 그러므로 (대선 직전) 단일화에 응한다는 것은 상당한 비용을 지출한 상태에서 당이 문을 닫을 각오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정치적 무리수를 두려면 지지층이 확장된다든지 이런 장점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 당 대표로서 책임감 있게 행동할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윤동주 기자 doso7@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는 당내 경선 후 바깥 주자(안철수 대표)와 최종 경선을 치렀다.
▲(그렇게 된다 해도) 국민의힘(후보가)이 단일화에 승리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 선거 때 안철수 대표의 ‘별의 순간’은, 안 대표가 (최종 후보로) 나가면 이기고 당내 후보가 나가면 진다는 여론조사가 나왔을 때까지였다. 반면 안 대표가 나가도 이기고, 오세훈 후보나 나경원 후보가 나가도 이긴다는 여론조사가 나왔을 때 안 대표는 배짱을 부릴 여유가 사라졌다는 걸 알았어야 했다.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당외 주자가 양자 대결에서 이길 거 같은데, 당내 주자는 질 거 같으니 지지자들이 당외 주자를 선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깊어진다든지, 아니면 당 지지율이 올라 ‘당내 주자가 나가도 이긴다’는 결론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당외 주자의 협상력이 제로가 된다. 다들 이 지점을 간과하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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