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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나도 앉고 싶다

정부혜 2009. 1. 28. 18:27

지하철, 나도 앉고 싶다

국민일보 | 기사입력 2009.01.28 15:12

[쿠키 건강]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지하철엔 여러 삶이 있다. 힘든 일상, 콩나물처럼 끼어 부대끼면서도 각자의 일터와 가정으로 발길을 향한다. 고된 몸을 이끌고 전차에 몸을 실으면 피로가 몰려와 편하게 앉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때론 자리에 앉기 위해 눈치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 지하철, 누구 다리가 제일 아플까?

◇어르신 "아이고~ 온 몸이 시리고 안 쑤신 곳이 없네"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계단을 오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힘겹다. 열차 내에 경로석이 마련돼 있지만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좌석수도 점차 부족해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희고 주름이 생기듯이 자연스레 관절도 노화현상을 겪게 된다. 관절은 소모품과 같아서 평생에 걸쳐 사용되는 동안 서서히 마모된다. 관절 연골의 퇴행성 변화에 의해 발생되는 퇴행성관절염은 노인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 중 하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6년 65세 이상 노인들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질환 가운데 무릎 관절염이 1000명당 198.7명꼴로 2위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은 관절염을 앓고 있는 셈이다.

퇴행성관절염은 연골이 지속적인 손상을 받아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무릎 관절에 발생할 경우 관절 모양이 변형되고 걸음걸이가 이상해진다. 비수술적 치료로 운동과 화학요법, 물리치료 등이 있으며 손상이 심해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면 관절경을 이용해 치료하거나 인공관절 수술을 한다.

◇엄마 "집안일 너무 피곤해…"

주부를 직업으로 삼은 엄마는 하루 종일 끝이 없는 집안일에 지칠 만큼 지쳤다. 쪼그려 앉아 걸레를 빨고 바닥을 닦았더니 무릎에 손을 짚지 않고는 일어나기 힘들다. 무릎을 심하게 구부리는 자세는 무릎 앞 관절에 체중의 7~8배에 달하는 무게가 실려 부담을 준다. 또한 싱크대 앞에서 서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허리도 뻐근하다. 매일 습관적으로 관절에 무리를 주는 자세는 관절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여성의 경우 남자보다 관절이 작고 출산으로 인해 관절이 약해져 관절염이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관절이 붓고 열감을 동반한 통증을 유발하는 관절염은 날씨가 추워지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

갱년기 이후에는 에스트로겐 분비가 적어져 연골이 급격히 약해지고 골다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골다공증은 뼈 속 칼슘과 무기질 감소로 뼈를 약화시켜 전차 내에서의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 가능성을 높인다. 관절염을 방치해두면 퇴행성으로 악화되기 쉬우므로 조기 치료가 바람직하다.

휴일이 없는 집안일에 많이 약해진 엄마의 몸, 엄마는 잠시라도 쉬고 싶다.

◇임산부 "불어난 체중 때문에 몸 가누기가 힘겨워요"

신체 변화로 몸이 불편한 임산부를 위해 지하철 노약자석에는 임산부도 포함시키고 있다. 임신을 하면 체중이 평균 10~13kg이 늘어나 자기 몸무게의 2배 이상의 하중을 받게 된다. 무릎과 발목관절은 몸의 하중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체중이 증가하면 그만큼 관절에 부하가 많이 걸리게 된다.

또한 배가 나와 허리를 뒤로 젖히게 되고 걸음걸이도 달라지면서 관절이 비정상적인 압력을 받아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더불어 출산을 위해 임신 후반기에 분비되는 릴렉신(relaxin)이라는 호르몬은 인대와 관절 부위를 느슨하게 해 자칫 염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임신 후기에는 자궁의 크기가 커지면서 골반과 하지의 혈관을 눌러 하지 쪽의 피가 저류돼 하지 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 부종과 전신의 피로 회복에는 마사지가 좋다.

임신을 하면 전체적으로 체력이 떨어지고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게 된다. 태어날 한 생명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의 힘든 노력에 대한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

◇하이힐 "다리가 후들후들 중심잡기 어렵네"

여성을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돋보이게 해주는 하이힐은 맨발로 걸을 때보다 무릎 관절에 26%의 압력이 더 가해지기 때문에 무릎 건강에 좋지 않다. 또한 발의 앞부분으로 몸을 지탱하고 발뒤꿈치를 드는 자세는 무릎의 앞쪽으로 체중이 쏠리게 해 무릎 통증을 유발하고, 아킬레스건이 짧아져 종아리에 부담을 준다. 하이힐을 오래 신게 되면 인체의 하중이 발바닥에 고루 분산되지 못하고 발의 특정부분에 집중되면서 발바닥 신경에 과도한 압력을 가해 발이 타는 듯한 통증과 발가락이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20~30대 젊은 여성들이 하이힐 착용으로 인한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이 시린 증상이 심하다면 연골연화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연골연화증은 연골이 말랑말랑하게 연해지다가 심하면 소실되는 질환으로 무릎이 욱신거리고 아프다.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도 하지만 증세가 심할 경우 퇴행성관절염으로 악화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하이힐을 오래 신으면 무릎과 발의 통증을 호소하지만 멋을 포기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바쁜 현대인, 생활 속 운동으로 건강하게

교통의 발달로 활동량이 많지 않은 현대인들은 조금만 활동을 해도 쉽게 피로를 느낀다. 또한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하체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하체비만이 되기도 한다.

관절염은 생활습관성 질병이다. 관절 질환은 노인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근래에는 젊은이들에게도 흔하게 나타난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관절에 지속적인 통증이 있다면 본인의 생활방식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안산 튼튼병원 관절센터 김형식 원장은 "대부분의 관절 통증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나온다. 바르지 못한 자세나 관절의 무리한 사용이 계속되면 연골연화증이나 퇴행성관절염을 유발한다. 관절이 안 좋을수록 꾸준한 운동으로 관절 주위의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계단이 많은 지하철은 생활 속 운동으로 자연스레 체력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다. 대중교통 이용 시 평소보다 빠르게 걸으면 폐활량을 늘려줘 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한 비만을 예방해 몸무게의 하중으로 인한 다리 통증을 막아주며 관절과 근육이 튼튼해져 몸이 건강해지게 된다.

서서가는 불편이 때로는 건강에 더 좋을 수도 있다. 서서 갈 때 골반 넓이로 선 후 허리를 곧게 펴주고 아랫배에 힘을 줘 서 있으면 근육을 조여 줘 자세교정에 효과가 있다. 계단 오르기는 걷기 운동 보다 3배 이상 칼로리 소모가 있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관절염 환자에게 계단 오르기는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으므로 피하도록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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